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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생의 여름방학 22. 연구자의 삶을 살아보다, DURA 이진희

DGIST 사람들

2024. 12. 1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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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디지생의 여름 방학>이 돌아왔다. 이번 여름 디지생은 어떤 여름방학을 보냈을까. <디지생의 여름방학>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름방학을 지낸 디지생들을 인터뷰해 왔다. 올해 두 번째 순서는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으로 향해 DURA(DGIST Undergraduate Research Award)에 참여한 이진희(`21) 학생이다.

 

본인의 방학을 디지생과 공유하고 싶은 학부생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어떤 방학을 보냈는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dgistdna@dgist.ac.kr로 보내주세요.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한다.

DGIST 기초학부 21학번 이진희이다. 생물 분야를 전공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번 여름방학에 존스 홉킨스 대학교로 향해 DURA type1에 참여했다.

 

Q. DURA 프로그램과 파견 간 연구실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DURA는 해외 연구실에서 연구 경험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DURAtype 1 type 2 type3 로 나뉘는데, 그중 type 1DGIST에서 미리 지정해둔 연구실 중에 선택하는 전형이다.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한 뒤 파견 학교의  면접을 한 번 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실 담당자와도 면접을 본 후 파견 여부가 결정된다. 본인이 파견 간 연구실은 동물 모델과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파킨슨병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파킨슨병 관련 유전자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들을 주로 하는 연구실이었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 <사진 = 이진희 학생 제공>

Q. DURA를 가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UGRP를 하면서 연구 진로에 대해 세분화된 관심을 확인해 볼 필요를 느꼈다. 생물 분야의 진로는 크게 기업체에 속해 특허를 내는 산업계연구소나 대학에 속하는 학계로 나뉜다. 본인은 학계에 남고 싶었다. 커리어를 위해서는 보통 박사후연구원 과정도 해야 한다. 이 진로를 선택한다면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어떤 길인지 확실하게 알기 위해 DURA를 신청하게 되었다. UGRP를 진행하며 파킨슨병 관련 논문들을 읽은 경험이 있어 관련 연구실로 신청하였다.

 

Q. DURA에서 어떤 활동을 하였는가?

파견된 7주 동안 크게 두 가지 활동을 하였다. 7주라는 시간은 생물 연구실에서 작은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턱도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질병 모델 동물 실험을 보조하면서 실험을 익혔다. 다른 하나는 유전자 사이의 관계성을 확인해 보는 아주 간단한 프로젝트를 박사후연구원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하였다.

쥐를 마킹하고 있는 이진희 학생 <사진 = 이진희 학생 제공>

Q. DURA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였고, 준비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가?

DURA를 위해서는 어학 성적, 자소서 등의 서류, 면접, 파견 가서 지낼 숙소, 비자 등을 준비해야 한다. 준비 과정에서 학생게시판에 있는 DURA 파견 보고서와 작년에 파견 갔던 선배에게 많은 정보와 도움을 받았다.

DURA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단 영어 어학 성적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자소서에서는 내가 얼마나 DURA를 가고 싶은지,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등도 강조해야 하므로, 연구실에서 낸 논문들도 읽어보고 파킨슨병에 관한 공부도 좀 더 했다. 면접을 위한 짧은 발표도 준비해야 했다. 본인이 왜 가고 싶고, 무엇을 할 수 있고, 갔을 때의 기대효과 등을 발표해야 한다. 유학생들이 주로 받는 비자인 F-1이나 J-1를 받기 위해서는 I20이 필요한데, 행정절차 상 발급이 어려워 비자는 받지 않았다. 체류 기간이 짧아서 관광 비자인 ESTA로 입국하였고, 비자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숙사였다. 비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신분을 보증할 수단은 여권밖에 없었다. 학교가 위치한 볼티모어의 치안이 좋지 않아서 기숙사 외에는 좋은 선택지가 없었다. 에어비앤비나 호텔도 있지만, 호텔은 너무 비싸고 에어비앤비도 그렇게 안전하지는 않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기숙사를 신청했는데 비자가 없어서 재정보증인이 필요했다. 재정보증인은 미국 시민권자이고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는가. 결국 파견 연구실 교수님께 사정을 말하고 부탁드려서 기숙사를 신청했다. 교수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기숙사를 구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지 시각에 맞춰서 새벽에 메일 주고받는 것도 힘들었다. 메일을 일하는 시간에 보내지 않으면 읽지 않더라.

 

Q. 연구실 생활 중 힘들었던 점은 있었는가?

기존에 이미 인턴을 두 번 하였고 UGRP까지 끝내서 기초적인 실험 기술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만약 그런 것들을 모르고, 한정적인 실험만 할 수 있는 상태에서 DURA를 갔었더라면 그곳에서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다.

 

Q. 생활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물가가 너무 비쌌다. 환율이 1,400원이 넘었고 미국은 팁도 기본적으로 18, 20%에서 시작하는데, 음식값도 되게 비싸다. 기숙사에서 할 수 있는 요리는 한정되어 있다. 점심에 간단히 샌드위치와 커피만 마셔도 16달러인데, 계산해 보면 22,400원이다. 한국 음식의 경우 주변 마트에서 아시아 음식들을 팔고 괜찮은 한식 식당도 있어서 그 부분은 괜찮았다.

비가 내리는 뉴욕 <사진 = 이진희 학생 제공>

Q. 학교 주변 치안은 어땠는가?

기숙사가 비싼 대신 치안은 좋았다. 아파트 같은 곳에 4명이 함께 살았다. 24시간 경비가 있고, 현관문 말고도 각자 방에 잠금장치가 따로 있었다. 학교 통근을 위한 셔틀버스가 있었고 학교 캠퍼스에는 경비원들도 많아서 안전하다. 볼티모어 남부, 북부는 안전하지만, 동부, 서부는 치안이 좋지 않다. 위험한 지역으로 찾아가지만 않으면 안전하다. 노숙자랑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 포켓몬 배틀같이 눈을 마주치는 순간부터 어떤 일이 시작된다. 귀신을 봐도 안 보이는 척하라는 것처럼, 노숙자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도 의식하지 말고 빠르게 지나가야 한다.

 

Q.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는가?

사비는 최소 500만 원 들었고, DGIST로부터는 약 4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항공료로 150만 원 정도 들었다. 미국 도착 이후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서 학교가 있는 볼티모어까지 AMTRAK 기차를 타고, 기차역에서 학교 셔틀을 타고 기숙사로 갔다. 이때 교통비로만 40만 원 정도 들었다.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평소에는 라면을 먹으며 아껴도 식비만 100만 원은 가뿐히 넘는다. FGLP와 달리 밀플랜(Meal Plan)[1]도 없었다. 최소한의 의식주만으로도 이 정도 돈이 든다. 여행을 다닌다면 그만큼 추가로 비용이 들 것이다.

주거비에 관해서는, 기숙사 월세가 1,380달러인데 카드 수수료는 별도로 55달러가 든다. 공식 reletting(기숙사를 통해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고 입주하는 것)을 하는 과정에서 1,200달러가 추가로 필요했다. 모두 더해서 기숙사비로만 약 550만 원이 들었다. 보증금으로도 한 달 월세만큼을 내야 했다. 기숙사 입주를 위해 지불한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도 어렵다. 기숙사 규정상 보증금을 USPS priority mail 국제우편을 통해 미국 수표로 보내준다. 우편 배송 중 분실될 가능성이 있을 뿐 더러,잘 온다고 가정해도 한 달 정도 걸린다. 9월 초가 지나도 오지 않아서 기숙사에 문의해 보니, 다시 주소를 달라는 답변을 들었다. 기숙사에서 퇴사할 때 주소를 수기로 쓰고, 재확인도 하고 만약 못 알아보면 전화해달라고 한국 번호까지 써줬는데 말이다. 이렇게 해서 수표를 받으면 은행에 가서 외화 수표 추심을 해야 한다. 이것도 한 달 정도 걸린다. 만약 미국에 지인이 있다면, 지인이 받아주고 지인이 국제 입금해 주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 것이다.

 

Q. 한국 연구실과 다른 점이 있었는가?

연구실 교수님이 한국인이고 다른 한국분들도 많은 연구실이었다. 이전에 경험해 본 연구실과 가장 다른 점은 대학원생은 없고, 교수님 밑에 박사후연구원들만 잔뜩 계시는 연구 중심 연구실이라는 점이었다. 학생들을 처음부터 지도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각자 1인분씩 프로젝트를 알아서 하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차이점은 공휴일에 아예 출근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6~7월에 공휴일이 꽤 있었는데, 경비원도 없고 주차장 관리할 사람도 없으니 출근하지 말라는 공고가 붙고 아무도 출근하지 못했다. 만약 정말 실험을 당장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힘들었을 것 같다.

볼티모어 이너 하버(inner harbor)에 있는 군함 <사진 = 이진희 학생 제공>

 

Q. FGLP와 비교한다면?

느끼는 책임감이 다르다. FGLP는 해외 문화 체험하면서 놀러 다니고, ‘미국은 이런 곳이구나하며 느끼면 된다. 하지만 DURA는 주 5일간 9시 출근 6시 퇴근을 하며 맡은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해서 압박감이 다르다.  그리고 같이 파견간 사람 없이 혼자라는 점에서 FGLP와 달랐다. 연구실에서는 한국 분들이 계셔서 한국말을 하지만, 퇴근하고 나서는 한국말 할 일이 없다. 주변에서 영어만 하다 보니 생존 영어가 늘었다.

 

Q. 퇴근 후에는 무엇을 했는가?

교육 계정이 있으면 아마존 프라임이 6개월 무료여서 아마존 비디오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 한니발에서 한니발의 사무실이 볼티모어에 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한니발도 보았다. 게임도 하고, 저녁이면 한국은 아침이라서 가족들과 전화도 하였다. 주말에는 근처 워싱턴 DC랑 볼티모어 시내로 놀러 갔다. 영화 록키 오프닝 달리기 장면의 마지막에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나온다. 가고 싶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일어나서 가지 못했다. 룸메이트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대학원생에 대한 농담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더라.

 

Q. DURA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장점은 최신 연구 동향과 실질적인 해외 연구실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미국이 좀 더 최신 동향에 가깝기 때문에 연구 추세를 쉽게 알 수 있었고, 유학 혹은 박사후연구원 생활이 어떤지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연구실에서는 한국인이 많아서 한국이랑 비슷했지만, 연구실 밖에서는 외국인과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었다.

단점으로는 금전적인 부담이 매우 크다. 물가가 상당히 높고 학교에서 주는 지원금은 충분하지 않다.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Q. DURA를 통해 원하던 바를 얻었는가?

DURA를 잘 갔다 온 것 같다. 석사, 박사 학생은 주변에서 볼 기회가 있기 때문에, 대학원 생활이 어떨지 감이 온다. 하지만 누가 박사후연구원을 한다고 들으면 아무런 감이 없었다. DURA를 하며 실제로 박사후연구원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진로를 거쳤고, 어떤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등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전에는 취업도 고려했었는데, DURA를 경험해 보고 나니 대학원에 진학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대학원으로 진학할 예정이다. 연구 분야라는 것은 애매하다. ‘파킨슨병은 어떻게 생길까?’라는 질문이 있으면 그 질문에 대해 답하는 방법은 대단히 많다. 예를 들어 A라는 유전자가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것 같다고 하자. 유전자의 산물인 단백질을 정제해서 어떤 단백질끼리 만나는 지를 보는 사람도 있고, 세포에 유전자를 집어넣어서 단백질 발현량을 보는 사람, 쥐에 유전자를 넣고 행동이 바뀌는지 보는 사람, 환자들의 유전자를 조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 모두무슨 연구 하세요?’라는 질문에저는 파킨슨병을 연구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타 인턴 프로그램이나 UGRP를 진행하는 동안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DURA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의 접근방식 또한 주제만큼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재로는 연구 주제만큼이나, 어떠한 방식으로 연구하는 곳을 가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고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대로 진학할 연구실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Q. DURA를 추천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유학이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거나, 출근을 하더라도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안전하게 다녀오길 바란다.

 

 

오상규 기자 sg549@dgist.ac.kr

 


[1] 미리 할인된 가격을 지불하고 일정기간동안 정해진 횟수만큼 교내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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