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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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반절의 성공이 남긴 믿음
몇 주간 이어진 한파에 동면에 든 것처럼 고요했던 DGIST였다. 어제는 달랐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무색할 만큼 묘한 술렁임이 있었다. 간혹 교내를 가로지르는 학생들은 파란 학사복을 입고 손에는 알록달록한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쫓기는 종종걸음이 바빴다. 2월 7일, DGIST 융복합대학 기초학부의 첫 졸업식이었다. △날씨 때문이었을까? 반절의 성공 새벽에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게 무색할 만큼 오후에는 영하 1도까지 크게 올랐다. 바람도 많이 잦아들어 풍속 2~3m/s정도의 남실바람이었다. 핫팩 2개를 양손에 쥔 채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학생들에겐 그나마 다행인 날씨였다. 졸업을 앞두고 상기된 학생들이 수런거리는 소리에 연단의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았다. 이번 졸업식에서 학부생은 총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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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의 패배의식이 향하는 곳
졸업식 손님이 되어버린 DGIST의 첫 졸업생 “DGIST에 입학할 때 가지고 있던, 신선한 목적에 대한 여러분의 도전정신은 다 어디 갔어요? 왜 전부 동태 눈깔이 돼 가지고 패배의식에 젖어서 후회하고 있어.” ‘내 삶이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가?’ 새삼스레 DGIST에 입학했던 3년을 돌이켜 보게 만드는 질문이었습니다. 인 교수님이 말하는 패배의식이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패배의식을 가지는 대상이 학교의 배려 없는 소통 과정이고, 그에 대한 체념과 포기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맞는 말인 듯합니다. 저는 11월 2일에 칼럼을 한 편 썼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카이스트의 그늘’이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제 나름의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입학한 DGIST였습니다. 그런 DG..
20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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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DGIST의 과학단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합니다.디지스트 신문 DNA에서는 2017년을 돌아보고자, 한 해의 DGIST는 어떠했는지 과학용어로 요약해보았습니다. 개시인자(Initiation Factor)2017년은 처음이 많은 해였습니다.DGIST는 손상혁 총장이 2017년부터 임기를 개시하였으며, 총학생회 디오도 비대위 체제 이후 4월부터 업무를 개시하였습니다. DGIST는 무사히 첫 졸업생 배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라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였습니다.우리 디지스트 신문 DNA도 처음 시도한 것이 많았습니다. 이공계언론연합을 처음으로 구축하였으며, 방학 기간에도 기사를 내고, 첫 영문 기사도 냈습니다. 지도교수를 새롭게 선정하였으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하였습..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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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신고리 원전
촛불과 원자력 발전, 2017년에 느낀 민주주의 의의와 한계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꺼지지 않는 불을 주었다. 인간은 그 불을 받아 문명을 이룩했다. 통제 가능한 불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따뜻함이고, 어두운 길을 밝히는 희망이다. 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불의 위험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에서 보았듯이, 불은 어떻게 쓰냐에 따라 희망과 재앙이 판가름된다. 우리는 아주 예민하고 섬세하게 불을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불의 면모는 민주주의에도 대입가능하다. 프로메테우스의 ‘꺼지지 않는 불’은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난 겨울을 따뜻하게 밝혔던 천만 개의 작은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바람 불면 꺼진다는 누군가의 ..
201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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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90%가 16%가 될 때
어제 DNA 기사에서 나온 투표율 그래프를 지금 자세히 봤다. 지난 3대 총학생회 학번별 투표율이 공지가 안 돼서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1대와 2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각각 90.4%, 71.7%를 기록했던 14학번의 투표율이 어제 투표가 마감될 때까지 16%를 겨우 웃돌았다는 건 꽤나 인상적인 결과다. 15학번도 마찬가지다. 지난 1대와 2대 선거에서 15학번의 투표율은 61.9%, 50.0%였고 이번 4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20%가 좀 안되는 19.31%다. 14학번과 비교해서 극적인 하락은 아니지만 교내 고학번의 투표율 앞자리가 1에 머물러 있는 것은 꽤나 부끄러운 일이다. 어딘가에서 들은 얘기로는 14학번 중 올해 졸업예정증명서를 100명 가까이 받았다고 하고, 중간에 휴학한 학..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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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 없는 카이스트의 그늘
융합기초학부.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이다. KAIST로 떠난 신성철 전 총장은 새로운 둥지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남은 둥지엔 복잡한 감정만이 남아있다.11월 2일 오후 9시 KAIST에선 '융합기초학부'(구 4년무학과 트랙) 대학우 공청회가 있었다. KAIST 학생들은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성급한 진행에 우려의 목소리를 던지고 있다. 융합기초학부는 총장 후보시절부터 예고되어 있던 신 총장의 공약 중 하나였지만, 변화를 직접 겪게 될 학생들 입장에선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DGIST 학생인 필자는 다른 걱정을 한다. KAIST의 융합기초학부 도입으로 DGIST 학생들은 고유한 특징을 잃게 되었다.▲떠난 자는 말이 없다. 2011년 DGIST의 초대총장으로 부임한 신성철 전 총장은 ‘융복..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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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과학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과학
박기영 후보자와 박성진 후보자의 잇따른 사퇴 후 한 달 …이쯤에서 되돌아보는 과학의 의미 한달 전,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에 큰 폭풍이 휘몰아쳤다. 이 폭풍은 하마터면 과학기술계에 적잖은 충격을 줄 뻔 했지만,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아주 세련되고 슬기롭게 해결되었다. 청와대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공교롭게도 두 건 다 과학자들의 시선에서 적절치 못한 인사였고, 그들이 생각하는 ‘과학’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이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과학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우려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과학기술계 역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그 아쉬움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많은 과학자가 건의, 칼럼 기고, 서명 운..
2017.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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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대한민국은 백년대계의 실종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말해보기도 들어보기도 했을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 수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우선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애석하게도 이 명제는 참이다. 교육, 산업 등 대한민국 시스템 어디를 봐도 평화롭게 돌아가는 곳을 보기 힘들다. 이런 실정이니 백 년을 내다볼 계획을 세울 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시스템이 준비된 선진국은 그렇게 살아온 지 수백 년 된 나라들이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시작한지 50년이 겨우 넘은, 건강하게 정상가동 된지는 훨씬 더 짧은 역사를 가진 이 나라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시행착오는 매우 가치 있다. 가끔 교육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고, 정부 정책이나 부서 ..
2017.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