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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길고양이들의 Papa, Daniel 교수를 만나다

DGIST 사람들

2018. 11. 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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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4C Care가 있다. 우린 자연도 Care 해야 한다.”




DGIST 원내를 거닐다 보면 기숙사 로비 앞이나 S1 근처를 배회하는 길고양이 몇 마리가 눈에 띈다. DGIST에는 이런 길고양이들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 있다. 어느덧 한국에 온 지 47년째인 그는 DGIST의 길고양이들의 Papa 같은 사람이다. 주변 사람에게 만이 아니라 길고양이에게도 따뜻한, DGIST 기초학부 초빙 석좌교수 Daniel Strickland 교수를 만나보았다.

 

Q.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 내가 처음에 한국에 방문했던 건 미국 Peace Corps 소속으로 자원봉사를 하러 왔던 1971년도였다. 나는 2년 반 동안 전라남도 화순군에서 결핵 관리원이란 직책을 맡았다. 그때 우리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는 한국어 교육자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지금의 내 아내이다. 한국에서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가 역학(epidemiology)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은퇴를 했다. 내 아내가 자신의 조국에서 살아본 지가 너무도 오래되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한국에서도 몇 년을 살기로 결정하였다.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DGIST에서 교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지원했고, 지금은 학생들에게 역학(epidemiology)을 가르치고 있다.

 

Q DGIST 내의 길고양이들이 총 몇 마리인가?

- 4마리가 DGIST 원 내에 거주하고 있다. 4마리 모두 암컷으로, 피오나, 봉희, 봉순, 미쓰 황이 있다. 피오나는 하얀 바탕에 등과 머리가 검다. 미스 황은 노란 몸에 왼쪽 앞다리가 부러져 있다. 봉희와 봉순이는 미쓰 황의 딸들이다. 다들 한쪽 귀가 조금씩 잘려 있는데,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는 표식이다. 미쓰황이 봉희-봉순이를 배었을 때 영양이 부족했다. 그래서인지 봉희는 꼬리도 짧다. 다행히 봉순이는 정상인데, 가끔 까치도 잡아 먹는다. 봉순이는 거의 퍼펙트하다. (웃음) 봉희,
봉순이는 작년 3월에 태어났고, 미쓰 황은 4, 피오나는 2살이다.


봉순이와 Daniel 교수. Daniel 교수 부부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 차례 고양이들에게 사료와 참치 캔을 준다. <사진 = 김준호 기자>

Q 1970년대 즈음에 한국에 파견을 와서 보건소에서 일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때도 길고양이나 동물들을 돌보아준 적이 있는가?

- 나는 어릴 때 애완동물을 길렀다. 고양이랑 개 모두. 그런데 내가 기억하기로 화순군의 길가에서 동물을 본적이 없다. 집에서 개들을 키우긴 했지만 그들은 다 묶여 있었다. 도망 갈까봐 묶어 놓은 건데, 사실 중성화해서 불임상태가 되면 동물들은 도망가지 않는다.

 

Q 동물을 좋아하더라도 나서서 길고양이들을 챙기기로 마음먹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길가의 동물들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한 것인가?

- DGIST에 오기까지 미국에서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을 키웠다. 그들은 모두 구조된 길고양이다. 동물 보호소라고 하던가? 마을 사람들이 길고양이와 같이 길에 버려진 동물을 맡기는 센터가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한 뒤 그 아이들을 데려와서 키우곤 했다. 고지대인 우리 마을은 산 근처에 있었다, 우리 뒤에는 오천 피트 정도의 산이 있었다. 높이가 족히 지리산 정도는 될 것이다. 뒤 뜰에는 숲도 있었다. 스컹크, 다람쥐, 라쿤, 올빼미, 박쥐, , 사자들이 가끔 마을에 내려오기도 했다.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위험하지 않다. 우리가 해치지 않으면 그들도 우리를 해치지 않았다. 다만 코요태는 말썽꾸러기라서 조금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코요태는 고양이를 먹기 때문이다. 다행히 뒤뜰에서 키우던 우리 고양이들은 안전했는데, 그건 스컹크가 뒷뜰에 있었기 때문이다. 고약한 냄새 (웃음). 라쿤에게 한 번 고양이 밥을 준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종종 문을 두드리면서 밥 달라고 아우성을 했다. 이런 경험으로 인해 자연스레 길가의 동물들을 돌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Q DGIST 내의 길고양이들은 인간의 도움 없이 살기 힘든 상황인가?

- 사실 DGIST 내의 고양이들이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내가 DGIST에 오기 전에 피오나가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새끼를 낳았는데, 새끼들의 대부분이 동사 혹은 아사했다. 미쓰 황도 작년 3월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미쓰 황은 쓰레기 통을 뒤지거나 학생들이 주는 음식을 먹으며 젖을 물렸지만,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여 두 마리가 영양실조로 죽고 말았다. 남은 두 마리는 나와 부인이 돌보아서 다행히 살게 되었는데, 그 아이들이 봉희와 봉순이다. 특히 다리를 다친 봉희 같은 경우는 사냥이 힘들어서 인간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Q DGIST 구성원과 DGIST 길고양이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식사자리를 마련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가?

- (웃음) , 그 행사에서 나는 주로 듣는 편이다. 구체적으로 나온 이야기를 기억해보면, 학생들 사이에서도 고양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엔 귀여운 고양이 굿즈를 판매해서 돌봄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 같다. 그리고 곧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가 출범할 예정인데, 동아리를 중심으로 길고양이 돌봄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나와 내 아내는 이곳에 영원히 있지 않기 때문에, 앞서 말한 캠퍼스 문화 정착이 필요할 것이다.

 

Q 원만한 돌봄 문화 지속을 위해 길고양이의 개체 수 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고양이들이 어렵사리 새끼를 낳더라도,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전 보다 새끼 양육에 좋은 환경이 마련되었으나, 우리가 돌볼 수 있는 길고양이 수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원내에 있는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을 했다. 지금 피오나나 다른 고양이들을 보면 귀가 잘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표시이다.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어쩔 수 없었다.

 

Q 어떤 동물은 가축으로 분류되어 사육되고, 어떤 동물은 철창 안에서 갇혀 있으며, 어떤 동물은 야생에서 자유롭게 생활한다. 인간이 동물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실 어떤 동물도 인간을 위해 살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같이 사는 건 괜찮다. 인간이 말을 타는 걸 보면 어떻게 말이 움직여야 하는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은 협력해야 한다.

 

Q 이 글을 읽은 DGIST의 많은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줄 수 있는가?

- 많은 사람들이 이곳은 자연과 함께 사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고양이, 멧돼지, 삽살개, 소나무 모두 자연이다. 대도시에서 살던 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나와서 고양이들을 환영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점차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피오나, 미쓰 황, 봉희, 봉순이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한다. 특히 만져주고, 밥을 주거나, 사람 무릎 위에 앉는 것 좋아한다. 학생들이 좀 더 고양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DGIST4C 인재상 중 하나가 Care이다. Care를 사람 뿐만 아니라, 자연에게도 실천할 수 있는 학생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준호 기자 gotocern@dgist.ac.kr, 이동현 기자 lee0705119@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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