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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동화 『신데렐라』와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신데렐라’

문화

2019. 10. 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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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레피센트(2014)’ 속 마녀는 우리가 아는 원작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못된 마녀와 달랐다. 오히려 마녀가 주인공이 되어, 사실은 이 마녀가 공주를 사랑했었노라고, 보여지기만 했던 이야기의 숨겨진 반대편을 보여준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신데렐라역시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와는 사뭇 다르다. 신데렐라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계모와 두 언니, 친부, 친모 모두 신데렐라만큼의 비중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다.

지난 68,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이후 몬테카를로 발레단)신데렐라공연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렸다. 14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무대에 선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안무가로 꼽히는 안무가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발레단이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공연장 입구 <사진 = 강민지 기자>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조롭다. 가로 3m, 세로 4m, 두께 2mm의 알루미늄판 20장을 동화책이라는 구성으로 무대에 세운 것이 전부이다. 하얀 종이 형태의 무대장치는, 작품 의도를 적은 필기체 메모나 스케치가 조명으로 짧게 투사되기도 하지만, 발레 단원들 인체의 가장 예쁜 곡선을 가장 잘 보여주는 보조 장치였다. 밝은 조명과 의상으로 인해 흐릿한 외곽선을, 그들의 그림자를 통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발레단의 공연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던 기자에게 이번 공연은, 마치 피겨스케이팅으로 보였다. 매끄러운 동작과 이동이 하얀 빙판길 위에서 선보이는 듯 부드러웠고, 발레 자체가 실수하거나 균형을 잡지 못했을 때 관중들이 눈치채기 쉬운 무용이기 때문이다. 그 뻔한 신데렐라를 어떻게 멋있게 표현할지 궁금했는데, ‘신데렐라라는 단어가 가지는 고정관념 밖으로 나와 내용과 장면을 많이 각색했다. 그런데도 전혀 과하지 않았다. 무대의상도 우리가 기대하는 튀튀가 아닌, 단색의 원피스나 와이어로 구성된 속치마 틀 등 아주 특이한 의상이었다. 놀라웠던 것은 그 누구도 무대의상을 보고 비웃지 않았다. 특이하면서도 세련되었다고 느꼈다. 마치 패션쇼 같았다. 90분의 제한된 시간 동안 신데렐라의 내용을 담아내야 했기에, 두 궁중예술단 감독과 네 개의 마네킹을 연기하는 남성궁중곡예사가 등장하여 우스꽝스럽고도 재밌게 표현한다. -크리스토프 마이요는 원작에는 없는 그들에게 온전히 그들만의 동작을 제공했고 그것이 새로움을 부여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 신데렐라 '  공연 모습  < 사진  =  몬테카를로 발레단 홈페이지 >

이제 과거의 주인공 신데렐라에 대해 몇 마디 붙이고자 한다. 이 공연에서 가장 의상비가 적게 들었을 것 같은 인물이자, 이름 그대로의 재투성이도 아닌 보통 하얀 옷을 입는 인물, ‘신데렐라’. 여러분이 기대하는 유리구두도 없고, 토슈즈도 없는, 맨발에 반짝이가 전부였다. ‘신데렐라를 주인공으로 만든 것은 외적인 것이 아니다. 그녀 자신이었다.

신데렐라라는 한 편의 발레공연을 보고 온 기자가 얻은 것은 다음과 같다. ‘뻔한 것으로부터 기대하는 뻔하지 않음’, 그리고 나다움은 외적인 것이 아닌 본연의 ’.

 

강민지 기자 mangoinjuice@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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