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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모르는 학생 참여 연구 ... 2021년 UGRP 개편 논란

사회

2020. 11. 29.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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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말고사를 앞둔 11월 겨울, DGIST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내년도 UGRP 개편안에 관한 소문이 돌면서, UGRP 개편안은 학생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당장 내년부터 UGRP에 참여하는 19학번 학생들을 중심으로, 총학생회, UGRP 위원장 로봇공학 임용섭 교수, 학사지원팀 노용우 팀장이, 지난 11월 25일 UGRP 개편안 관련 미팅을 진행했다. 미팅 내용은 페이스북 총학생회 페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학생들에게 공유되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지적한 문제점들에 대한 입장표명과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학교 측의 해명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은 UGRP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 사항과, 과정 전반에 대한 학교 측의 태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UGRP 개편안 논란을 둘러싼 문제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짚어보았다.

 ◇ 너무 늦어진 공지

  발행일인 11월 28일 현재까지 정확한 개편 세부 내용을 담은 공지가 없는 상황이다. 취재 당시 UGRP를 담당하고 있는 학사지원팀에 정확한 개편 내용을 담은 기획안 공개를 여러 번 요청했으나 기획안을 얻을 수 없었다. 당초 UGRP 설명회가 개최되기로 예정되어있던 11월 24일이 지난 후에도, 설명회 당일까지 기획안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뿐이었다. 공식 공지 대신 학생들의 개인적인 문의에 대한 답만 있어 학생들 사이에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사용금지 상태인 E7 UGRP 카페 <사진=김준호 기자>

  학사지원팀은 개편 내용을 배포하는 대신, 공식적인 UGRP 개편 내용을 12월 1일 UGRP 설명회에서 설명할 계획이다. 이 설명회는 원래 11월 24일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되었다는 이유로 12월 1일로 연기된 상황이다. 오프라인 설명회가 취소되고 온라인 설명회로 전환된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하루가 급한 학생들에게 설명회 일정의 일주일 연기는 답답할 따름이다. 정식 공지가 늦어지며 개편 사항에 대한 오해와 소문만 무성해지고 있다.

  UGRP 개편안 공지 연기는 학생들의 겨울 방학 계획 수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올해 동계 인턴 프로그램 신청 기간은, 11월 9일부터 12월 4일이었는데, 이 기간이 UGRP 대주제 공모 기간과 겹친 것이 문제가 되었다. 12월 1일에 UGRP 개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UGRP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연구 주제를 확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인턴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UGRP와의 연계성을 위해 담당 교수의 연구실에 인턴 프로그램을 신청하려 했던 학생들을 포함해, UGRP를 참여할 학생들이 겨울 방학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2020년 UGRP가 11월 18일부터 학생 매칭을 진행하고 동계 인턴 프로그램이 11월 29일까지 신청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학부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확연히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학교 측은 동계 인턴 지원서 접수 마감일 전날인 26일, 접수 마감일을 UGRP 설명회 예정일 다음 날인 12월 2일로 연장한다는 공지를 전달했다. 

◇ 갑작스러운 학기 차수 2학년 이하 UGRP 참여 불가

  학사지원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UGRP 개편 이후 내년도 기준 4학기 미만을 수료한 학생(학기 차수 기준 2학년)은 UGRP에 참여할 수 없다. 지금까지 UGRP는 3학년 교과목으로 운영되었지만, 지도교수의 승인이 있으면 2학년 학생도 UGRP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4학기 이상 수료한 학생만 UGRP에 참여할 수 있다. 즉, 19학번이라도 한 학기 이상 휴학했을 경우 UGRP에 참여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11월 27일 현재까지, 이 변경사항에 대한 공식적인 공지가 없다. 학교가 이 점을 미리 공지하지 않아 미리 UGRP 팀을 꾸린 19학번 복학생들은 팀을 준비했어도 UGRP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UGRP를 준비하던 복학생은, “오래전부터 관심 분야의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직접 팀원을 모아가며 내년도 UGRP 활동을 준비해왔는데, 뒤늦게 관련 사실을 파악하게 되어 정말 당황스럽다.”며, “나를 비롯해 UGRP를 준비하고 있는 복학생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사실이, 공지조차 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대주제 선정 문제와 비이공계 주제의 행방

  기존의 UGRP는 4개 코스 ▲정약용 코스(기초과학, 인문사회 강조) ▲장영실 코스(기초과학, 공학 강조) ▲빌게이츠 코스(학연산, 과학벤처 강조) ▲프랜시스 크릭 코스(기초과학 강조)로 이루어져 있다. 예시로써 제안된 2021년 UGRP 대주제의 분류는 이하 다섯 분류 ▲로봇 ▲기계 ▲IT(하드웨어) ▲IT(소프트웨어) ▲바이오 ▲재료이다. 이는 인문사회 UGRP주제를 포괄할 수 없는 분류로 보인다. 정약용 코스, 인문사회의 UGRP를 준비하던 학생들은 해당 주제로 UGRP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DGIST에서 내세우던 차별화된 교육과정, 비이공계리더 양성에 제동이 걸렸다.

  현 상황에 2020년 정약용 코스의 UGRP를 진행한 팀에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본 팀의 활동은 2년간 과학관 관계자와 의견교환 및 신뢰를 통해 기반을 만들었다”며, “이제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는데, UGRP개편으로 내년도 진행여부가 불투명해져 안타깝다. 인문사회분야 UGRP 진행에 대한 학교 측의 정확한 의견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DGIST 항공 전경 <사진=김준호 기자>

◇ UGRP 개편 논의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학생들

  학교 측에서는 11월 13일, 2021년 UGRP를 UGRP 참여학생 주도로 도전성 있는 교육철학을 반영하여 운영 예정이라고 학생게시판을 통해 밝혔다. 이번 UGRP 개편은 ‘학생 주도로 진행되는 연구’프로그램임에도 학생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하여 학교 측은, 총학생회와 학사지원팀, UGRP위원장의 미팅에서 이렇게 답했다.  “UGRP의 개편이 늦게 이루어진 것은 인정한다. 지난 9월 24일 총장간담회에서 학생들에게 간략히 언급하기는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5~6월 정도부터 논의 및 회의가 이루어졌다. 늦어진 점 때문에 불편을 겪었을 학생들에게는 사과의 마음을 표한다.”

  DGIST에서 UGRP는 졸업논문을 대체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본교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학생들의 참여 없이 6개월의 논의로 결정하였다. 학교 측은 UGRP 개편 논의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만 사과를 했고, 개편 논의 과정 중에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 지도 교수제 폐지와 연구 공간 부족

 학교 측은, 11월 25일에 진행된 학생 측과의 미팅에서, 학생들이 제안한 대주제를 바탕으로, 각 대주제에 3명의 교수를 배치한다고 밝혔다. 기존 지도교수를 필두로 한 탑다운 주제 연구를 배제하고, 학생 중심 연구라는 UGRP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로는 ▲경험이 없는 학생 주도의 연구는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없고 ▲지도교수의 연구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학생들의 연구공간이 부족해진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위원회에 속하지 않은 교수라도, 필요에 따라 공동지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연구 공간 부족의 문제에 대해선, ▲E16 비슬창의융합관 일부 공간 ▲E7 UGRP 카페 ▲R7 1층의 머신샵과 같은 작업 공간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교수의 수락만 있다면, 학생들이 공동지도 교수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사실상 탑 다운 주제 연구도 허용하겠다는 뜻으로, 기존 제도와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연구공간의 예시로 제시된 공간들 또한, 연구에 필요한 장비가 부재하는 등, 학교에서 제안한 신규 연구공간들이 기존의 실험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학교 측은 내년도 UGRP 기획안 세부 내용은 내년 1월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학생들의 논의 참여가 앞으로 활발해진다면, 학생들이 지적했던 문제점들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UGRP 개편안 논란을 비롯하여 학생들과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중요 사안들을 결정한 뒤, 뒤늦게 통보하는 방식의 학사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보다 민주적인 학교의 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준호 기자 gotocern@dgist.ac.kr

한소영 기자 zsally@dgist.ac.kr

이동현 기자 lee0705119@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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