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학생이 강의 매매 경험 있어
수강신청 취소 및 신청 지연제 효과에 회의적인 학생들
강의를 늘리는 것만큼 적절히 분배하는 것도 중요
매 학기 수강신청 기간이 시작되면 페이스북이나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강의를 양도하거나 받을 사람을 구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온다. 대가를 요구하거나 약속하는 게시글도 드물게 있다. 보통은 "예의상" 밥 한 끼, 음료 하나쯤으로 끝나지만, 수만 원 상당의 현금을 주고받는 일도 있다. 그만큼 수강신청은 학생들에게 중요하고, 절박하기도 하다.
DGIST는 2022년 1학기 수강신청부터 강의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수강신청 취소 및 신청 지연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의를 구하는 게시글이 학교 커뮤니티에 다수 올라왔고, 많은 학생이 새로 도입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30% 학생이 강의 매매 경험 있어
2022년 1학기 수강신청이 시작된 2월 7일부터 4일동안 디지스트 신문 DNA에서 강의 매매(양도)에 대한 경험 및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총 106개의 응답 중 학번 불명인 3개를 제외한 103개의 응답을 분석했다. 신뢰수준 90%에서 표본오차는 약 7.6%이다. 본 기사에서 강의 매매, 구매, 판매는 대가를 주고받지 않은 단순 양도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강의 매매 경험이 있는 학생은 28.2%로 적은 비율은 아니었다. 강의 구매 이유로는 학업적 흥미로 꼭 듣고싶어서가 20명 중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졸업에 필수인 과목이라는 이유가 7명으로 뒤를 이었다. 예쁜 시간표를 만들기 위해서는 5명, 학점을 잘 주는 과목이라서는 4명이었다.
이 중 4학년 이상에서는 학점과 졸업을 이유로 구매를 했다고 응답한 수가 7명으로, 2명인 다른 학년과 차이가 두드러졌다. 당장 졸업을 앞둔 만큼 그 부담이 구매 동기로 더 잘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각 학년에서 매매 경험이 있는 학생은 ▲2학년 26% ▲3학년 21% ▲4학년 이상 35%였다. 4학년 이상이 수강 신청을 많이 겪은 만큼 경험이 많았다. 다만 2학년의 경험도 만만치 않게 많은 것은 학생 상당수가 저학년부터 강의 매매를 하는 것을 시사한다.
강의를 판매한 이유로는 지인에게 부탁받았다는 응답이 19명 중 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 대부분은 수강신청을 했으나 변심으로, 혹은 개인사정상 수강 취소를 한 경우였다.
금전 거래를 목적으로 신청했다는 응답은 없었다. 하지만 교내에서 금전 거래를 위해 수강하지 않을 교양과목을 신청하는 것을 봤다는 제보가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분명하기 때문에 정직하게 답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강의 판매를 목적으로 특정 과목을 수강신청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2명이었는데, 대가를 받지는 않았다고 응답했다. 지인 대신 수강신청한 사례라고 예상된다.
강의 매매 대부분은 대가 없는 단순 양도
강의 매매는 대부분 대가 없는 단순 양도로 이뤄졌다. 대가가 있는 경우에도 금전 거래가 아니라 밥이나 음료 등으로 사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소수 고액의 금전 거래도 이루어졌다. 강의를 구매하려 했는데 10만원이 넘어가는 금액이라 포기했다는 응답도 있었으며, 이는 2학점을 재수강하는 비용에 달한다.
강의를 매매한 상대와는 가까운 지인이었다는 응답과 이름만 알거나 모르는 사이라는 응답 수가 거의 비슷했다. 가까운 지인 사이의 매매는 공개 커뮤니티에 올라오지 않으므로 공개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수는 전체 강의매매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추정할 수 있다.
DGIST에서 이루어지는 강의 매매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31.1%로 다수는 아니었다. 고액의 금전 거래가 횡행하고 다수의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만큼 강의 매매가 당연시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수강신청 기간이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강의 매매를 시도하는 게시글을 빈번히 볼 수 있다. 그것을 자제시키는 분위기도 아니다. 강의 매매에 대한 경각심은 다소 부족한 것이 DGIST의 현주소다.
강의 매매로 대가를 취하는 것은 강의 수요자에게 부담을 가중한다. 동시에 교수자는 아무런 추가적인 대가도 받지 못하므로 강의의 질 향상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강의를 생산하는 교수자에게도,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에게도 해롭기만 하다.
대가 여부에 상관없이도 학교와 개개 학생 간의 약속에 개입하여 모든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수강 기회를 특정 학생에게 유리하게 제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하다. 강의 매매는 원활한 강의 제공을 저해해 수강신청에 드는 전체 비용을 늘린다.
수강신청 취소 및 신청 지연제 효과에 회의적인 학생들
타교에서는 강의 매매를 방제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 놓았다. ▲서울대학교는 담당 교수의 일괄 승인을 통해 수강 취소가 이루어진다. 승인 시간이 무작위이기에 예측이 어렵고, 따라서 강의 거래가 쉽지 않다. ▲고려대학교는 20년 2학기부터 과목 신청 지연제를 도입했다. 수강 취소 후 평시 30분 – 1시간 사이, 새벽 시간대에는 2시간 – 3시간이 지연된 후 취소된 과목을 타 학생이 수강신청할 수 있다.
▲POSTECH은 20년 1학기부터, ▲KAIST는 18년 2학기부터 수강신청 분할 운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강신청 기간 중 과목을 취소할 수 있는 기간과 추가할 수 있는 기간을 나누는 제도다. POSTECH과 KAIST는 이 제도 도입 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KAIST 학생회는 강의 거래 글들로 골머리를 앓던 그들도, 새 제도 도입 이후 커뮤니티 등에서 거래 관련 내용들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DGIST도 이런 흐름에 맞춰 2022년 1학기부터 ‘수강신청 취소 및 신청 지연제’를 도입했다. 수강 취소 후 5-20분 중 무작위 시간이 지나야 재신청이 가능한 제도로, 고려대학교의 과목 신청 지연제와 유사하다.
그러나 기존 강의 매매 경험자 중 41%(12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제도 도입 후에도 매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된 제도의 실효성을 물은 질문에서 큰 의미 없다는 의견도 70%에 달했다. 5~20분 정도로는 여전히 강의를 수강 취소한 시점을 아는 구매자가 먼저 강의를 선점하기 유리하다는 의견이 여럿 있었다.
실제로 22년 1학기 수강신청 기간, DGIST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의 매매 글이 우수수 올라왔다. 2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강의 양도 글만 35건이 넘었다. 4월 5일에 수강 변경 기간까지 포함하여 확인한 결과는 96건이었다. 새 제도 도입 전인 21년 2학기, 42건에 비해 오히려 늘어난 모습이다.
커뮤니티 이용자 수, 활성화 정도, 교과목 수요, 1학기와 2학기의 차이 등 다른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이 결과만 가지고 새 제도를 도입해서 역효과가 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껏 도입한 제도의 효과를 의심하기에는 충분하다.
몇몇 설문자는 ▲수강 대기 리스트 ▲수강 신청 분할 운영 ▲추첨제 등을 제안했다. KAIST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DGIST도 이를 본받아 학생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학생들 또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 제도의 부족한 점은 이제라도 개선해 나가면 된다.
수강 정원은 왜 항상 부족한가
응답자의 79.6%가 강의매매의 원인으로 ‘강의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수강정원의 부족’을 꼽았다. 59.2%의 응답자가 강의매매의 원인으로 ‘학교의 강의 시간 설계(배정)의 부적절함에 따른 수강인원의 쏠림’을 선택했으며, ‘인기 과목과 비인기 과목의 불균형에 따른 수강인원의 쏠림’을 선택한 응답자도 같은 비율이었다.
추가 의견으로 인문강의의 수강정원 문제를 언급하는 응답자가 다수 있었다.
2022년 1학기에 개설된 인문소양 강의 수는 총 26개이며 총 수강정원은 860명이다. 학사운영팀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DGIST 학사 재학생 수는 622명이다. 신입생 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모든 학부생이 인당 1개 이상의 인문소양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즉, 수강정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는 않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강정원과 별개로 학부생 개개인이 시간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미 수강할 수 없는 강의가 발생한다. 이를 고려하면 각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강의의 수는 제한적이다. 특히 시간표 설계 순서 상 후순위로 밀리는 인문소양 과목에 있어 극심하게 발생한다. 이에 인기과목과 비인기 과목의 불균형이 더해지면 절대적인 수강정원은 부족하지 않더라도 학생 개개인이 체감하는 수강신청은 쉽지 않은 도전이 된다.
현재 DGIST는 학생들의 교과목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기 위해 예비수강신청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한계가 크다. 학교에서 결정한 강의시간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예비수강신청을 진행하고, 정원이 초과된 강의는 교수의 확인을 거쳐 정원이 확대된다.
강의 시간이나 강의 수는 조정되지 않는다. 기말고사 기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학적도 갱신되지 않아 학년이나 선수 과목 제한이 있는 과목은 예비수강신청을 할 수 없고 복학 예정인 학생도 할 수 없다. 강의 수요를 적절히 분배하는 기능은 전혀 없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수강 정원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만큼 확보된 정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분배 책이 필요하다. 몇 백명의 수요를 파악하고 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아침에 개선할 수 없는 문제이고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모두에게 마땅한 수강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의지가 DGIST와 학생사회에 더 보였으면 한다.
이동규 기자 kinkigu@dgist.ac.kr
최유진 기자 dbwls99673@dgist.ac.kr
서휘 기자 tjgnl81@dgist.ac.kr
손혜림 기자 hr2516s@dgist.ac.kr
DGIST 총학생회 for’D, 03년생을 위한 성년식 이벤트 열어 (0) | 2022.05.20 |
---|---|
“교수님 감사합니다!”…학생들이 전하는 마음 (0) | 2022.05.13 |
for’D, 돌아온 총학생회의 시대 (0) | 2022.03.31 |
1년간의 비대위 체제 종료, 2022학년도 총학생회장단 <for’D> 당선 (0) | 2022.03.30 |
1분이면 끝나는 온라인 투표 미리보기 (0) | 2022.03.2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