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박기성 교수 연구진이 게재한 논문[i](조법길, 박재문 공동 1저자)에서 LK-99를 합성하고 자성을 측정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연구는 LK-99 재현 연구 중 최초로 LK-99 합성의 마지막 과정인 냉각 과정에서 냉각 속도를 달리했을 때 결과물이 변화하는 것에 집중했다. 실험 결과, 느리게 냉각한 시료일수록 LK-99의 순도가 더 높아짐을 확인했다. 최적의 냉각 조건으로 합성된 LK-99 중 극히 일부만 자석에 반응했으며, 반응한 시료는 극저온인 4K과 상온인 300K 사이의 어떤 온도에서도 초전도성을 보이지 않았다. 자성 측정 결과 시료는 초전도성이 아닌 영구자석이 가지는 특성인 강자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합성한 LK-99의 부분적인 강자성적 성질이 시료에 도핑된 구리의 영향일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합성한 사람마다 결과가 다른 이유, LK-99의 낮은 재현 가능성
과학 연구의 핵심은 재현 가능성이다. 한 연구실에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다면, 다른 연구실에서 똑같은 제작 방법을 반복했을 때 동일한 결과를 얻어야만 연구 결과로 인정된다. LK-99가 발표된 이후 세계 여러 연구 기관에서 재현 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독일 막스 플랑크 고체연구소는 순수한 LK-99인 LK-99 단결정을 합성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LK-99 단결정에서 초전도성이 아닌 절연성을 확인했다. 인도 국립 물리연구소에서 합성한 LK-99는 280K에서 반자성을 나타냈으며, 역시 초전도성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은 합성한 LK-99가 상온 상압의 조건에서 자기부상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연구 기관마다 합성 재현 결과가 달라 학계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공개된 합성 방법을 따랐을 때 합성된 결과물이 여러 상을 가진 혼합물(multi-phase mixture)이기 때문에 재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해석이 유력했다. 그에 따라 한 가지 성분으로만 이루어진 단결정 LK-99는 초전도성을 보이지 않았지만, 불순물로 구리가 도핑된 혼합물일 경우는 초전도성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초전도성을 보이는 특정한 혼합물을 합성하는 특정 합성 방법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천천히 식혔을 때 LK-99 순도가 증가해
박기성 교수 연구진은 LK-99 합성의 재현성이 낮은 이유로 냉각 속도를 꼽았다. 이석배 교수가 공개한 제작 방식은 구체적인 냉각 방법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LK-99는 Cu3P와 Pb2PO5를 1대 1의 몰 비율로 혼합한 다음, 석영관에 담은 뒤 furnace에서 10시간 동안 925℃로 가열해서 만든다. 열처리를 끝낸 뒤 물질을 식히는 속도는 혼합물의 특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예시가 화성암이다. 마그마가 지표면에 나와 빠르게 식으면 결정의 크기가 작은 화산암이 되고, 지하에서 천천히 식으면 결정의 크기가 큰 심성암이 된다. 이처럼 LK-99 또한 냉각 속도에 따라 물성이 달라질 것이라는 착안에서 연구진은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진은 ▲물-담금질 ▲공기-담금질 ▲전원 꺼진 furnace에 방치 ▲시간당 60℃ 냉각의 네 가지 조건으로 실험했다. 실험 결과 맨눈으로 보았을 때 냉각 속도마다 시료의 색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X-선 회절 상 분석(x-ray diffraction phase analysis) 결과에 따르면, 시료의 냉각 속도가 느릴수록 Pb3P2O8, Pb4(PO4)2(SO4)등의 불순물 상을 적게 띄고 LK-99 상이 높아진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로써 천천히 식힐수록 LK-99의 순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자석 위에서 뜬다고 다 초전도체가 아니야. LK-99는 오히려 영구자석에 가까워
대부분의 시료는 냉각 속도와 관계없이 근처에 자석이 접근했을 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기성 교수의 말에 따르면 몇십 개 중 다섯 개만 자석에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자석에 반응한 시료들은 초전도성을 보일 수 있는 후보였으나, 저항을 측정한 결과 어떤 온도에서도 저항이 0으로 측정되지 않았다. 자기 특성 측정 시스템(MPMS3)으로 자화율을 측정해 보아도 초전도체의 특성을 찾을 수 없었다.
물성 분석 데이터와 외부 자기장에 반응하는 모습을 통해 연구진은 합성된 시료가 초전도체가 아닌 강자성체라고 결론 내렸다. 초전도체는 크게 제1형 초전도체와 제2형 초전도체로 분류할 수 있다. 30K 이상의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고온 초전도체 대부분은 제2형 초전도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임계 온도 아래에서 외부 자기장이 일절 관통하지 않아서 마이스너 현상이 나타나는 제1형 초전도체와 달리, 2형 초전도체의 경우 두 임계 온도 사이에서 양자 단위의 자기선속이 물체 내부를 통과하는 혼합 상태(mixed phase)가 나타난다. 이때 제2형 초전도체는 자석 위 공중에서 위치가 고정될 수 있으며, 이런 현상을 자기 선속 고정(flux pinning)이라고 한다. 선형적인 외부 자기장이 작용한다면, 제2형 초전도체는 자기 선속 고정에 의해 공중에 배치한 각도 그대로 떠 있는다.
연구진이 합성한 LK-99는 외부 자기장에 의해 한쪽은 뜨고 한쪽은 가라앉는 형태의 자기 부상을 하지만, 약한 충격을 주었을 때 진동이 일어났다. 자기 선속 고정에 의한 자기 부상이라면 외부에서 힘이 주어져 각도가 틀어졌을 때 그 상태 그대로 고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LK-99의 자기 부상은 초전도성이 아닌 강자성에 비롯되었다는 의심을 할 수 있었다.
MPMS3로 측정한 자화율과 자기이력 데이터 또한 시료가 부분적인 강자성의 특징이 보임을 가리켰다. 연구진은 부분적인 강자성의 특성을 보이는 이유가 LK-99에 도핑된 구리 원자와 구리 덩어리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연구 뒷이야기, 진짜 초전도체인 줄 알고 놀랐던 적도
박기성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험 과정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저항 측정 중에 저항값이 갑자기 0으로 떨어져서 마치 상온 초전도체를 합성한 것처럼 착각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측정값이 저항 측정 장비의 측정 한계를 초과하여 발생한 오류였다. 박기성 교수는 이에 대해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실험을 진행하면서 측정 장비의 한계를 발견한 것 또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신지 기자 sjneuroneurony@dgist.ac.kr
[i] Cho, B., Park, J., Yun, D., Seo, J., & Park, K. (2024). Exploration of superconductivity in LK-99 synthesized under different cooling conditions. Current Applied Physics, 62, 22-28. https://doi.org/10.1016/j.cap.2024.03.007
[ii] Wu, H., Yang, L., Xiao, B., & Chang, H. (2023). Successful growth and room temperature ambient-pressure magnetic levitation of LK-99. arXiv preprint arXiv:2308.01516. https://doi.org/10.48550/arXiv.2308.01516
[iii] Guo, K., Li, Y., & Jia, S. (2023). Ferromagnetic half levitation of LK-99-like synthetic samples. Science China Physics, Mechanics & Astronomy, 66(10), 107411. https://doi.org/10.1007/s11433-023-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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