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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반절의 성공이 남긴 믿음

오피니언

2018. 2. 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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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간 이어진 한파에 동면에 든 것처럼 고요했던 DGIST였다. 어제는 달랐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무색할 만큼 묘한 술렁임이 있었다. 간혹 교내를 가로지르는 학생들은 파란 학사복을 입고 손에는 알록달록한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쫓기는 종종걸음이 바빴다. 27, DGIST 융복합대학 기초학부의 첫 졸업식이었다.

 

△날씨 때문이었을까? 반절의 성공

새벽에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게 무색할 만큼 오후에는 영하 1도까지 크게 올랐다. 바람도 많이 잦아들어 풍속 2~3m/s정도의 남실바람이었다. 핫팩 2개를 양손에 쥔 채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학생들에겐 그나마 다행인 날씨였다. 졸업을 앞두고 상기된 학생들이 수런거리는 소리에 연단의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았다.

이번 졸업식에서 학부생은 총 96명이 졸업했다. 퍼레이드에 참석한 인원은 50여명 남짓이었다. 학부 졸업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반대가 85%였던 것에 비하면 양호한 참석률이었다. 그럼에도 DGIST에서 주최한 졸업 퍼레이드에 학부생 참여율이 50% 정도였다는 것은 참 멋쩍은 일이다.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채 진행된 행사는 반 정도의 성공만을 챙길 수 있었다. 변변한 외투도 못 걸치고 의무적으로 참여했던 중학생들에겐 참 미안한 일이다.

 

△ 난 자리를 지켜 나갈 믿음으로

졸업가운을 입은 채 묘하게 들떠 있던 졸업생들보다 퍼레이드 행렬의 앞을 지키던 교수들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올라간 입꼬리와 애틋한 눈매. 특히, 14학번들과 함께 기초학부의 처음을 함께했던 교수들의 표정이 더 그랬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이제 남아서 난 자리를 체감할 이들의 표정이었다. 아는 선배가 몇 없는 나 같은 후배도 마음이 어수선한데, DGIST 기초학부의 처음을 함께했던 교수들의 심정은 필히 남다를 것이 분명했다.

졸업 퍼레이드에 참여한 기초학부 교수들. <제공=류태승 기자>

그러나 언제까지고 아쉬움에 젖어 있을 수는 없을 터다. 새로운 학생, 새로운 교수가 들어오고, 때를 맞으면 또 떠나기를 반복할 것이다. 선배들이 그랬 듯이 후배들도 교수를 부모처럼, 친구처럼, 선생처럼 따를 것이다. 머지않아 DGIST 기초학부만의 문화가 될 것이다. DGIST 기초학부가 있는 한은 그럴 것이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를 신뢰하는 시간이 퇴적될 것이다.

 

안녕!’이 아쉽지 않은 시작을 위해

선배들에게 듣는 DGIST 기초학부의 첫 모습은 언제나 생경했다. 컨실리언스홀이 덜 지어져서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없었다는 얘기, 학교 근처에 변변찮은 술집이 없어서 술을 마시고 현풍면에서 기숙사까지 왕복 1시간을 걷다 보면 술이 다 깨어 있었다는 얘기, preDGIST때 교수들이 강단에서 춤을 췄다는 얘기 등. 5년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천지가 바뀐 테크노폴리스 강산에, 14학번들의 추억은 영원히 DGIST 기초학부의 첫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DGIST 기초학부의터를 밟은 14학번들은 마찬가지로 졸업의 문을 두드렸다. 졸업 퍼레이드에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우리가 했으니 후배들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웃음 섞인 답변에는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찌됐든 정말 끝이 났다. 아니, 새로운 시작이 열렸다. 남은 이들은 자기 몫을 해내고, 떠날 이는 새로운 자리를 찾을 때가 되었다.


배현주 기자 bhjoo55@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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