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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길 잃은 자와 지도

오피니언

2019. 5. 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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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총학생회 선거 직후 지면신문을 통해 발행되었던 칼럼입니다


학생자치는 곧 학생집단의 권리 향상과 맞닿아

작은 관심, 학생자치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밑거름

 

총 투표율 53.96%, 60.1%의 득표율로 총학생회 [채움]이 5대 총학생회로 선출되었다. 내 기억과 선배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는 연장투표로 이어지지 않고 무사히 종료된 첫 번째 선거이다.


총학생회장단 입후보 등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주변 지인들과 가장 많이 나누었던 이야기는 총학생회장단 선거가 무효로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었고, 이는 곧 우리학교 학생들의 학생자치에 대한 관심도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808명 중 404명, 404명이 넘는 학생들이 선거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  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좁은 사회에서 우리는 숨쉬고 있다. 이번에는 438명의 투표로 선거가 무산되지 않았지만, 분명 우리의 현재는 위태롭다.


대학가 전반의 학생자치문화는 점차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현상에 대한 이유를 하나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가장 뚜렷한 이유는 명백하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되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은 이들에게 사회는 사유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은 죄여오는 압박에 눈 앞의 현실 너머를 통찰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나 하나 살기 벅찬 세상에서 나 이외의 삶까지 뒤돌아볼 여력은 오래전에 말라버렸다.


이제 학생들은 말라버린 샘 앞에서 학생자치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샘의 존재조차 잊고 제 갈길로 바쁜 사람들도 많다. 물음에 답해줄 사람이 없기에 희미한 흔적을 관찰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  시야를 우리 학교로 돌리면 조금 다른 맥락이 덧입혀진다. 6년차 신생학교. 지난 몇 년간은 학생 자치의 기틀을 다졌고, 이번 총학생회는 이를 ‘채우’겠다고 나섰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대학가 전반에서 생명을 잃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자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학 생자치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간신히나마 숨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자치는 곧 학생집단의 권리 향상과 맞닿아 있다. 집단은 개인보다 강하다. 학생사회와 교류하는 외부 집단으로부터 학생 개개인을 보호한다. 개개인의 필요를 한번에 모아 관철시킨다. 학생자치가 견고할수록 외부 집단과의 관계에서 강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 다시 말해, 학생자치가 온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학생들은 학생사회와 교차점을 갖는 다른 집단에서 약자성을 갖게 된다. 내가 온전한 집단의 구성원으로 대우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내실 있고 견고한 학생자치는 결국 나를 위해 필요하다. 

 

DGIST 정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없는 사진 <사진 = 배현주 기자>

자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표현하자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관철시키는,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으로서 갖는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이 모든 말은 개인이 목소리를 낼 의지가 없고, 어떤 의견을 주장할지 판단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하다. 수많은 학생들이 이 지점에 서 있다.


그렇지만 세상에 지쳐 개인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포기하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는 없다. 구조의 피해자에게 구조에 순응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의 비판이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계기이다. 그 이후의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소시민으로 돌아가든, 소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든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구조의 불합리함을 인지한 피해자는 가해자로 변모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학생자치는 개인 몇몇의 힘으로 뿌리내릴 수 없는 일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만 학생자치가 갖는 힘이 더욱 강력해진다. 따라서 학우들이 한가지만큼은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학생사회에서 어떤 학생자치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는지 인식하길 바란다. 그 작은 관심이 우리학교의 학생자치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거름이 될 것이다.  


오서주 기자 sjice@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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