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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019년 서울 퀴어 퍼레이드,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사회

2019. 6. 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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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같기에 모두 다른 성소수자들

스무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

201961, 서울광장에서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퀴어퍼레이드(이하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었다. 74개의 부스가 운영되었고, 주최 측 추산 약 7만 명의 성소수자들과 앨라이[1]들이 축제에 참여했다. 행사는 혐오 세력과 큰 충돌 없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으며 8시간 동안 이어진 행사에서 사람들은스무 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을 슬로건으로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부스 행사는 11시부터 시작되었고 본격적인 축제는 2시부터 환영 무대로 서막을 알렸으며 뒤이어 4시부터 퀴어 축제의 꽃인 퍼레이드와 축하 무대가 이어졌다. 퍼레이드는 서울 광장에서 시작하여 광화문을 돌아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는 4.6km의 코스로 이루어졌으며 총 11대의 트럭과 퀴어 라이더들이 함께해 역대 최대의 규모를 알렸다.

1일 오전 10, 취재를 위해 서울 광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우연히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났다. 잠시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들은 흔쾌히 이에 응답했다. 그들에게 축제에 참여하는 기분을 물어봤다. 그들은 모두 처음 행사에 참여한다고 밝혔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혐오 세력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한 응답자는 참가를 결정했을 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으나 많은 사람이 다 같이 모인다는 사실 자체가 시간이 가면서 실감이 났고, 갈수록 더 들떴다고 전했다. 나를 위한 축제에 참여하는 설렘의 깊이가 어떨지 쉬이 짐작이 가지 않았다.

프라이드 뱅글  <사진 = 오서주 기자>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보다 다소 이르게 도착한 광장은 이미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벌써 부스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부스를 먼저 방문하였다. 위원회에서는 20주년을 맞이하여 다양한 후원 굿즈를 준비해 20주년을 기념했다. 그중 프라이드 뱅글은 매년 발행되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공식 후원 굿즈로, 나치의 홀로코스트에서 성소수자 탄압에 사용되었던 검은색과 분홍색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성소수자들의 자긍심과 연대의 상징을 드러내는 의미를 가진다.[2] 기자 역시 성소수자들의 연대를 위하여 뱅글을 구매하고 축제 기간 착용하였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진행한 이벤트  <사진 = 오서주 기자>

대부분 부스에서 성소수자 관련 단체 운영을 위한 후원과 성소수자 가시화를 위한 굿즈 판매를 진행하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그들의 존재를 응원하는 프로그램들 역시 함께 진행되었다. 러쉬 코리아 부스에서는 해시태그 #너는너야 이벤트를 통해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긍정하는 이벤트를 기획하였으며, 트렌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에서는 종이 팔찌를 통해 트랜스젠더 가시화 및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한국 레즈비언상담소에서는 여성 성소수자로서 당사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는 이벤트를 기획했고, 무성애 가시화 행동 무:ACEtage에서는 무성애자에 대한 소개를 통해 무성애자의 가시화를 위해 노력했다.

서강대학교 성소수자협의회 서강퀴어모임 춤추는 Q 의 부스  <사진 =  오서주 기자>

서강대학교 성소수자협의회, 서강퀴어모임 춤추는Q에서는 블록에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단어를 써두고 이를 장난감 총으로 맞출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가시화하고, 이들이 혐오 세력에 저항하는 퍼포먼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북일고 프리즘 X 외대부고 스펙트럼 X 민사고 VoQ에서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는 혐오 표현에 물풍선을 던지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홍익대학교 중앙성소수자동아리 홍대인이 반하는 사랑에서는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준비된 우체통에서 메시지를 한 장 꺼내고 그 답례로 메시지를 적어 다시 우체통에 넣는 일이었다. 이를 통해 성소수자 및 앨라이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었다.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Just’ Feminist)  무지개 - 국회 프로그램  <사진 =  오서주 기자>

한편에서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되었다. 트랜스해방전선에서는 성별 정정 법제화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수집해 목소리를 모으고자 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는 군형법 제92조의 2항의 폐기를 주장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문화연대 체육계 성폭력 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메달보다 인권을 슬로건으로 체육계 내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Just’ Feminist)에서는 성소수자 차별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지적하고, 그들의 자리를 성소수자 당사자로 채워 무지갯빛 국회를 만드는 무지개-국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소수자의 인권을 대변하는 녹색당에서는 당원 가입 신청을 받기도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민중당 인권위원회 역시 부스를 운영하여 소수자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 간 연대의 장일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른 소수자들과도 함께 연대하고, 보편 인권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여 혼자서 화장실 이용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하였고,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축제의 전 과정에서 네 명의 수어 통역가들이 스크린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축제의 내용을 전했다. 노들장애인야학,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등의 부스에서는 교차점에 위치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가시화와 소수자와 소수자 간의 연대를 약속하기도 했다.

주한호주대사관   <사진 =  오서주 기자>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국내 단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주한 호주 대사관,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 주한 캐나다 대사관, 주한 프랑스 대사관, 주한 벨기에 대사관, 주한 스웨덴 대사관,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 주한 덴마크 대사관, 주한 핀란드 대사관, 주한 EU대표부 등 다양한 국가에서 부스를 운영해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국제사회가 연대했다. 이들은 각 나라의 성소수자 인권 역사를 소개하는 한편,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해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퍼레이드 경로에 위치한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는 프라이드 플래그를 전시함으로써 연대를 표명했다. 이밖에도 Hong Kong Pride Parade, Tokyo rainbow pride 등 외국의 퀴어문화축제에서도 부스와 행진 트럭을 준비하고(Tokyo rainbow pride 한정) 축하 연설을 진행하는 등 성소수자는 범국가적인 연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퀴어 축제에서는 종교를 초월한 연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부스에 참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부채를 나눠주고, 사회적소수자와 함께하는 성공회 교회들 연합 역시 참가하여 각자의 종교로 성소수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담장 너머에서 개신교 측의 혐오 세력들의 반대 집회가 계속되는 이중적인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혐오 세력의 반대 집회  <사진 =  오서주 기자>

서울 광장을 둘러싼 외부에서 들려오는 성소수자 반대 집회의 목소리는 축제에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축제 참가자들은 그들의 발언에 함성으로 응답했고, 그들의 구호에 더 큰 목소리로 응답했다. 환영 무대 사회자는 위트 있는 진행으로 성소수자 반대 집회를 비판하였고, 이에 사람들은 큰 용기를 얻기도 했다. 성소수자 혐오 세력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한 사람은 예전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고 그들이 혐오를 중단하기를 바랐으나 최근에는 이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는 다양한 교차성을 갖고 있고, 성소수자는 그들의 가족일 수 있고 장애인일 수도 있는데 이를 공개적으로 혐오한다는 것 자체가 나는 내 자식을, 장애인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밖에 말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혐오에 찬성과 반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응답하며 혐오 세력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 사회를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성소수자들은 혐오 세력의 반대에 대응할 힘을 갖춰 나가고 있다.

퀴어문화축제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수많은 외국인들이 행사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서울광장뿐 아니라 퍼레이드 곳곳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으며, 한국의 퀴어문화축제를 함께 즐겼다. 모든 사람들의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었으나, 점심식사를 위해 잠시 방문한 식당에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외국인들과 잠시 대화할 수 있었다. 그는 작년에 퀴어문화축제에 방문한 이후에 깊은 인상을 받아 다시 한번 친구들과 함께 방문을 계획했다고 했다. 그들에게 이 축제에 대한 개인적 인상도 물어보았으나 소통의 문제와 녹음기의 문제로 대화를 온전히 담을 수 없었지만, 고향과는 달리 강한 혐오 세력에 대해서 큰 유감을 보였다.

오후  3 시  30 분경 서울광장 <사진출처 =  트위터  @superfinelife>

근처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서울 광장에 돌아오자 광장의 잔디밭을 가득 메우고 환영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드랙[3]팀 바게트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래퍼 Jerry.K의 강렬한 래핑, 밴드 붉은나비합창단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을 전광판을 통해 지켜볼 수 있었고, 사람들은 공연에 환호하며 본격적인 행진 전까지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광장 곳곳에는 연대단체들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며 4시부터 이어질 행진을 기대하게 했다. 행진은 레인보우 라이더스의 모터바이크를 시작으로 총 11대의 트럭과 각 트럭을 따라가는 사람들로 구성되었으며, 기자는 과학기술중점대학 페미니즘 모임 페미회로에 소속된 관계로, 연대 요청을 받은 대학, 청년 성소수자 모임 연대 QUV의 트럭에서 행진에 참여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을 지나 광화문으로 향하는 퍼레이드 행렬  <사진 =  오서주 기자>

행진 트럭에는 히트곡에 맞춰 공연팀이 공연을 진행하며 사람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깃발을 높게 드는 한편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힘차게 4.6km의 거리를 무지개의 물결로 가득 채웠다. 특히 이번 행진은 처음으로 퍼레이드가 광화문 광장까지 이어진 행사였으며,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과 광화문 앞에 도달했을 때 사람들은 큰소리로 본 행사의 슬로건을 외치며 성소수자 가시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이 날의 행진은 행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행진하는 사람들 곁에서 지켜보고 응원하는 사람들과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의 응원이 전해져 완성되었다. 행진 경로의 중간중간에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든 사람들이 자리해 있었고,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민주노총 측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이에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환호로 응답하며 감정에 북받힌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중간에 행진을 중단한 사람들 역시 떠나지 않고 행진하는 자리를 지키며 퍼레이드 행렬을 응원했다.

시청광장을 돌아오는 마지막 길목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트럭에서 울려 퍼졌고, 모든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이를 열창하며 마지막까지 무사하게 행진을 마무리했다. 혐오의 목소리 앞에서도 행진은 마지막까지 꿋꿋하고 당당했다. 행진의 출발점이자 마지막점에서 반대세력은 동성애는 죄악이다라는 목소리를 외쳤고, 이에 사람들은 동성애는 사랑이다라는 말로 응수했다. 또한 죄악을 회개하라라는 말에는 혐오를 회개하라라는 말로 응답하며 이내 광장으로 복귀했다. 퍼레이드의 무사한 성공을 축하하는 연사들의 축문과 퀴어 풍물패 바람소리로담근술, 퀴어댄스팀 QcanD(큐캔디), 랩그룹 2LP 등의 축하 무대가 이어지며 광장은 축제의 막바지 여운을 즐겼다.

인터뷰이들  <사진 =  오서주 기자>

퀴어문화축제가 갖는 의미를 당사자들에게 물어봤다. 퀴어문화축제를 3년째 참석하고 있다고 밝힌 한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이 행사의 문화 자체가 발전하고 있고, 이는 곧 성소수자들을 더 좋은 방향으로 가시화를 하고, 방향성을 가지고 알릴 수 있는, 노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 중 하나는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인데 이를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보여주는 느낌이 강해서 의미 있게 생각한다.” 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사회의 어디에서도 귀속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퀴어 퍼레이드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도 알렸다.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들은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와 같기 때문에 모두 다른 모든 성소수자들이 다름을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오서주 기자 sjice@dgist.ac.kr

 


[1] Ally, 동맹국, 혹은 협력자. 사회 속의 차별을 관심 있게 찾아보고, 그 차별을 없애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든 사람들을 일컫는 말, 출처: 비온 뒤 무지개재단

[2]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 공식 홈페이지 http://sqcf.org

[3] 이성의 복장을 입고 분장을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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