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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호를 개인의 실천에 맡겨서는 안 된다, 타일러 라쉬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문화

2021. 11. 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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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라쉬 강연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사진 = 박재영 기자>

  지난 18 DGIST 연구행정동 대강당에서 제52회 비슬문화행사가 열렸다. 본 행사에서는 방송인이자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의 저자 타일러 라쉬가 초청되어 환경 보호에 관해 강연했다.

  타일러 작가는 환경 보호 활동을 시작한 계기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버몬트 주 출생으로서 자연과 가깝게 지냈던 어린 시절과, 철도 건설로 산림 면적이 크게 감소하며 겪었던 문제로부터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습득한 청소년기의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 시카고대 재학 당시 과학 강의에서 경고했던 환경 문제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며 환경 보호 활동에 나서야겠다고 결심했음을 밝혔다.

 

  타일러 작가는 환경 문제에 대한 세 가지 착각, ▲데이터의 함정다음 세대의 함정규모의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데이터의 함정이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데이터가 역으로 잘못된 안심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2100년까지 해수면이 1.1m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일각에서는먼 미래 일이니 괜찮다.’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진다. 그러나 발전한 연구 기술로 새롭게 예측한 결과는 이전의 연구 결과보다 더 이른 시기에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할 것임을 나타낸다. 따라서 환경 문제의 심각함을 알리는 데이터는적어도 이 시기부터라는 경고의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다음 세대의 함정이란 환경 보호 활동에서 흔히 사용되는다음 세대를 위하여라는 문구에 대한 반박이다. 이러한 문구는 환경 문제가 현재가 아닌 미래의 일이라고 인식하게끔 한다. 그러나 타일러 작가는 다음 세대, next generation이라는 용어가 환경 문제에 사용된 것은 적어도 1970년대의 일이라며당시의다음 세대는 곧 우리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환경 문제는 다음 세대가 아닌 우리 세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규모의 문제란 환경 보호에 있어 개인이 생활에서 실천하는 활동은 유의미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타일러 작가는개인의 환경 보호 활동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규모의 문제로 볼 때 개인이 실천하는 분리수거나 물 절약, 전기 절약 등은 환경 보호에 큰 효과가 없다. 한 사람이 환경 보호 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효과는 0.0000003%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환경 보호를 개인의 실천에 맡겨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일러 작가는 규모의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규모 있는 환경 보호 방법을 소개했다. 그 방법은 투표소비의견 표명시스템의 개편이다.

  먼저 투표를 통한 환경 보호란 선거 시 경제나 사회 문제 대책에 관심을 가지듯 환경 문제 또한 고려하는 것이다. 소비자로서 환경에 관심을 갖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것 역시 규모 있는 환경 보호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환경 파괴 기업 제품 불매운동, 친환경 인증마크 제품 구매 등의 방법이 있다. 환경 보호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타일러 작가는경제나 사회 문제와는 달리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대응이나 해결이 소극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환경 문제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의 개편이란 환경 보호 활동을 개인 수준에서 시스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전기 절약 캠페인 대신 에너지 소모량이 적은 전구 설치 물 절약 캠페인 대신 절수형 수도꼭지 설치 난방 절약 홍보 대신 건축 단열 기술 개발 및 적용 의무화 이면지 사용 권장 대신 전자 문서 시스템 개설 및 사무실의 페이퍼 리스(paper-less)화가 시스템 개편의 사례로 제시되었다. 환경 보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관심이 있든 없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환경 보호를 위해 채식을 하고 있지만, 식당을 고르느라 함께 밥을 먹는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 타인에게 민폐 없이 채식주의자로 사는 방법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미국이나 유럽에는 일반 식당에도 채식 메뉴가 따로 제공되는 반면 한국은 아직 채식에 대한 인식이 많이 퍼지지 않은 것 같다. 소비자로서 채식 메뉴를 제공할 것을 식당에 요청해야 한다. 당장은 번거롭고 바뀌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런 피드백이 쌓이면 점차 채식주의자도 마음 편히 외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또 고기를 좋아하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육식을 끊어야 하는지 고민이다라는 질문에는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육식을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육식을 해도 괜찮다. 단 친환경 인증 육류를 사는 등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환경 보호 활동을 하고, 채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콩고기 등 대체 육류를 접할 기회를 늘림으로써 많은 사람이 채식 문화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대답하며 채식주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불편을 겪지 않고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한국에는운동가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있어 환경 운동가라고 말하기 꺼려진다. 이러한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는 질문에한국은 정치사 때문인지 운동가라고 하면 과격한 시위대를 떠올리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운동가보다는 활동가라고 불리는 걸 선호한다. 환경 보호 단체에서 기업처럼 매력적인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펼쳐, 환경 보호 운동을 친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이게 하면 부정적인 인식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박재영 기자 jaeyoung21@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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