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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1MB에 3.6g, 배달 한 번에 414g … 일상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사회

2022. 3. 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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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개인생활]

대학생 김지우 씨가 하루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량은?

2018년 기준 일평균 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33.97kg

지구를 위한 탄소 발자국 줄이기, 혼자 아닌 여럿이 함께

 

도시는 현대 사회의 상징이다. 공간과 시스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화된 일상'은 현대인의 상징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하루를 기준삼아 반복되는 일상을 따른다. 도시는 기계화된 하루를 만들었다. <사진 = 픽사베이 제공>

 

  김지우 씨는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샤워를 하고, 외출복을 골라 나갈 준비를 마쳤다. 병원 예약 시간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해 카카오택시를 불러 병원에 갔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는 경비실에 들러 택배로 주문한 간식과 두루마리 휴지를 챙겼다. 오후에는 비대면 화상강의 수업을 들었다. 헬스장으로 운동을 다녀온 후, 저녁식사는 룸메이트와 배달음식을 주문해 해결했다. 급한 과제를 해결한 후 친구와 잠시 게임을 했더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내일을 위해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 하루를 마무리했다.

  DGIST 기초학부 김지우(가명)씨의 하루를 쫓아 봤다. 낯선 사람의 하루이지만, 구체적인 모습을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대부분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후위기는 멀기만 한 이야기이다. 기후위기는 익숙한 단어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기후위기의 주원인인 탄소 배출은 일상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날마다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을까? 국가 기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이용해, 김지우 씨의 탄소 배출량과 탄소 발자국을 계산해보았다.

 

편하고 즐겁게 사는 대가, 14.87kg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통계연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생산한 전력 57GWh 중 석탄으로 생산한 전력은 23.9GWh로 전체의 41.9%, 가스로 생산한 전력은 15GWh 26.8%에 해당한다. 환경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 생산과 지역 난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 2 8570만 톤이었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6.7%에 해당하며, 부피로 환산하면 145.5km3를 차지한다. 대한민국의 전체 영토에 1.45m 높이의 이산화탄소 풀장이 생긴 셈이다. 1kWh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면 500g이다.

  그렇다면 김지우 씨는 전기를 얼마나 사용했을까?

  김지우 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기숙사에 머물며 전기를 사용했다. 수도광열비 고지서로 추정해보면, 3달치 일평균 사용량은 1.5kWh, 하루에 75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냉장고의 전원을 유지하고, 전등을 켜고, 전자기기를 충전한 대가이다. 2018년 한 해의 가정용 전기의 전력 사용량은 7GWh, 전체 전력 소비량 52GWh 14.2%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오늘 병원과 헬스장을 방문했다. 저녁식사를 주문한 식당을 포함해 이들은 일반용 전기를 사용한다. 2018년 한 해, 일반용 전력 소비량은 전체 소비 전력의 29%, 14.7GWh였다. 일반용 전기는 총 318만호가 사용하였으며, 호수당 일평균 전력 소비량은 124kWh이다. 병원, 헬스장, 식당을 하루에 50명이 이용했다고 가정하면, 지우 씨는 7.44kWh의 전기를 가게에서 사용한 것이다. 3.72kg의 탄소가 추가로 배출되었다. 지금까지 쌓인 탄소 발자국은 4.47kg이다.

탄소발자국 계산에서 이산화탄소 환산량(CO2 eq)이 중요한 이유

  온실가스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육불화황(SF­6), 과불화탄소(PFCs) 등이 국가가 법률로 지정한 온실가스이다. 그렇다면 같은 양의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온실가스의 영향을 계산할 때에는 단위 질량당 미치는 영향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다. 이를 지구 온난화 지수(GWP)라고 하며, 이산화탄소 환산량(CO2 eq)은 이를 누계하여 구한 값이다.

  GWP는 이산화탄소가 1일 때 메탄은 63, 아산화질소는 270, 수소불화탄소는 4100으로 계산한다. (2019 IPCC 보고서 기준)

  인터넷 사용도 데이터 센터와 서버를 유지, 냉각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 급격한 비대면 디지털 전환으로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비중이 높아졌다. 화상 회의나 온라인 수업의 증가로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1MB 사용할 때마다 3.6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지우씨의 일평균 노트북 데이터 사용량은 1.5GB, 휴대폰 데이터 사용량은 289MB, 휴대폰 와이파이 사용량은 1.1GB이다. 2.89GB, 하루에 10.4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자유롭게 이동하는 대가, 4.55kg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자동차의 일평균 주행거리는 39.2km,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288만대를 넘는다. 일일 전체 주행거리를 간단히 계산하면 8 9700km, 태양에서 화성을 한 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이다. 환경부에서 제공한 2020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에 도로 수송에서 이산화탄소는 9470만톤이 배출되었다. 1km 당 배출량은 345g이다. 2018년 기준, 도로 수송은 대한민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 중 3위를 차지했다.

  김지우 씨는 오늘 하루 몇 km를 이동했을까?

  병원을 가는 과정에서 택시는 김지우 씨를 태우기 위해 기숙사까지 2km를 달려왔고, 지우 씨는 택시를 타고 2km를 이동했다. 여기서 이산화탄소 1.38kg이 발생한다.

  택배는 더 먼 거리를 이동했다. 물류센터로 단계가 나뉘고, 각 단계에서 여러 사람의 상품이 이동되기 때문에 정확한 거리를 계산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상상을 해볼 수는 있다. 김지우 씨가 주문한 두 개의 상품이 각각 400km를 이동했고, 각 단계마다 100개의 물류가 함께 이동했다고 상상하면 김지우 씨의 상품이 이동한 거리는 8km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2.76kg이 배출된다.

  저녁식사를 주문한 매장은 기숙사에서 2.4km 거리에 위치한다. 저녁식사는 룸메이트와 함께 주문했으니, 이를 절반으로 나누면 인당 414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셈이다. 택시, 택배, 배달만 합쳐도 4.55kg이 나온다.

  2020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70.6%는 에너지 생산, 제조업과 건설업, 수송 분야가 차지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계산만 하더라도, 김지우 씨는 하루 동안 최소 19.42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외에도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원에는 시멘트 생산, 폐기물 처리, 첨단 산업 공정, 농축산업 등이 있다. 김지우 씨가 이용한 건물, 구매하고 사용하는 물건, 쓰레기, 식사 중에 포함된 고기와 다른 재료가 모두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만약 김지우 씨의 식사가 육류였다면, 탄소발자국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1kg당 이산화탄소를 27kg, 12kg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국제 과학자 그룹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4, 하루에 33.97kg이다.

관리비 고지서로 탄소 발자국 계산하기

한국 기후·환경 네트워크는 전기, 가스, 수도, 교통(자가용) 사용량을 바탕으로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계산하는 탄소발자국 계산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지서를 바탕으로 나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할 수 있다.
http://www.kcen.kr/tanso/intro.green

 

함께 “더 느린 삶”으로 나아가기

  탄소 배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개인보다 국가와 기업의 책임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OECD의 가정 전력 소모량 평균은 19.55toe, 대한민국은 21.37toe이다(toe: 에너지단위; 원유 1톤에 해당하는 열량). 이정도 규모라면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과 함께, 개인 생활 역시 변해야만 한다. 덜 소비하고, 더 조심해야 한다. 새 상품 구매를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전기 소비량을 줄이고, 육식을 줄여야 하며, 오래된 것을 써야한다. 하루를 이전보다 불편하게 보내야한다.

  새로운 생활을 제안하는 아이디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환경 유튜버 용기낸 대학생1’ SNS를 통해 “용기내 한달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다회용기로 음식을 포장하는 제로 웨이스트 문화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중고거래 문화를 만들었다. 석유가 원료인 비닐 포장재를 대신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택배 완충재 ▲얼음을 이용한 친환경 아이스팩 ▲종이 박스테이프 등 친환경 포장재가 물류 업계에 보급되고 있다.

  환경 운동 단체 ‘고기 없는 월요일’은 동명의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이현주 대표는 캠페인 취지를 채식주의자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하루 한 끼라도 채식을 선택하고 육류소비를 줄임으로써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목표가 있다고 밝히며 의식 전환을 독려했다.

  기후위기에 맞서 일상을 바꾸는 노력은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함께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혼자 노력할 때보다 같이 노력할 때 효과는 더 커진다. 카카오의 행동변화플랫폼 프로젝트100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인증을 남긴다. 참여자들은 다른 참여자들의 인증을 보면서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주할 힘을 얻는다. 혼자서는 완주하지 못할 목표를 달성하고 개인의 성과는 모여서 더 큰 결과를 만든다. 함께 한다면 일상과 지구를 모두 바꿀 수 있다.

 

오서주 기자 sjice@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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