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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폴리스를 위협하는 폐기물 공해,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

사회

2023. 7. 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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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고 공기 좋기로 유명한 현풍읍에 때 아닌 소식이 찾아왔다. 2021년 대구 MBC에서 하얀 연기의 비밀이라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올라온 것. 현풍의 4개 제지공장과 폐기물 소각 이슈를 다룬 영상이었다. DGIST 역시 영상 속 문제의 영향권이다. 디지스트 신문 DNA에서 당시 무엇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 그 뒷이야기를 집중 취재했다.

 

현풍읍과 4개의 제지공장

제지공장은 폐기물을 소각하여 얻은 열과 수증기로 종이를 재가공하는 곳이다. 현재 현풍에는 경산제지 세하 한국알스트롬 아진피앤피 총 4개의 제지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제지공장 위치 <사진 = 네이버 지도 캡처>
공장 반경 2km 지도 < 사진 = 네이버 지도 캡처 >

이중 경산제지 세화 한국알스트롬 3개사 공장의 중심으로부터 반경 2km에 모든 테크노폴리스 아파트가 위치한다. 문제는 제지공장이 열을 얻기 위해 산업폐기물을 소각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의 유해 물질이 발생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맞는다.

생활폐기물과 달리 산업폐기물은 지자체에서 관리하여 지역주민이 직접 관리하지 못한다. 또한 산업폐기물을 가공한 고형연료제품(이하 SRF)이 재활용 제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품질 검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민들은 매일 아침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을 맡으며 고통받고 있다.

 

12년 전부터 이어진 제지공장 이슈

2011년 초 아진피앤피에서 제지공장의 소각로 증설을 추진하자 달성군 남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한 일이 있었다. 이미 시간당 1.8톤 처리용량의 소각로 2대가 가동 중인데, 두 배 규모의 3.5톤 처리용량의 소각로를 증설하면 테크노폴리스의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친환경 농업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로써 소각로 증설은 중단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 12, 아진피앤피는 달성군으로부터 중단되었던 소각로 증설을 허가받았다. 소각로의 처리용량 규제( 1 100톤 이상)에 위배되지 않도록 동일 부지 내 별도 법인 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여 행정 절차를 피한 것이다. 이에에너지솔루션 폐기물 소각로 반대추진위원회는 허가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됐다며 달성군과 업체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의 동의 없이 소각로 설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리자, 성난 농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2013 12월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을 대상으로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진피앤피의 염화수소 배출량이 기준량인 2.0ppm보다 3배 이상 많은 6.9ppm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4년 후인 2017, 빗물과 함께 제지공장의 폐수가 누출되어 테크노폴리스 인근 논을 뒤덮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가 많이 내리면 항상 침수되는 구역이 있어 각종 약품을 투여한 폐수가 그대로 유입되었다. 테크노폴리스 주변 제지공장 4곳의 폐수 배출량은 하루 12,000여 톤으로, 폐수처리장이 외부에 노출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당시 달성군은 기업에 폐수처리장 밀폐악취 저감제 살포 등을 요구했으나 기업은 비용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2018년 제지공장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및 악취로 인한 민원이 잇따르자, 녹색환경지원센터연합회에서 4개 업체를 대상으로 악취 발생 실태를 조사하였다. 악취발생 원인을 조사한 결과, 주요 악취물질은 부틸 알데하이드로 밝혀졌다. 대구광역시의회 김원규 의원(이하 김 의원) 5분 자유발언에서 달성남부지역 공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였다. 김 의원은 제지공장에서 근무한 경험에 비롯하여 폐기물 소각을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공장의 종이 제조 과정에서일산화탄소염화수소뿐만 아니라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배출된다. 김 의원은 지난 2년간 3개의 업체가 28건의 행정처분을 받았고, 이중 14건에 과태료 2,3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의 제지공장은 돈을 받고 폐기물을 처리해주는 산업폐기물 처리장과 다름없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아진피앤피는 2018년부터 준비한 제지공장 증설을 발판 삼아 산업폐기물 지원화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에너지화하기 위해 회사의 노후화된 폐기물 소각로를 SRF 보일러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달성군에 SRF 사용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달성군은 대기오염 유발 및 인근 주민과 동식물의 생육에 끼칠 해를 우려하며 SRF 사용을 불허했다. 아진피앤피는 이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 7월 대구지방법원은 달성군이 내린 SRF 사용 불허가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달성군이 승소하였다. 다이옥신 등의 독성 물질이 주거 및 자연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을 인정하고, 이에 불허가 처분을 적법 사유로 판단한 것이다.

한편 2021, 아진피앤피는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 물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27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 알렸다. 이를 통해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 물질과 미세먼지 배출량을 확실하게 줄여 나갈 예정이라고 전하며 개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 아진피앤피는 항소에서 1차 변론까지 마쳤으나 다음 달인 2022 1월 소각로 증설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정연욱 아진피앤피 대표는 대규모 환경개선 투자 및 지역 주민들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소송 취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소각로의 유효수명 때문에 신형으로 교체하려고 했으며, 신형 고형보일러는 오염물질 배출이 현저히 적어 주민들의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 현풍읍 유가읍 구지면을 달성남부지역으로 칭하여달성남부 제지공장 공해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이들은 달성남부 지역주민들의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조성하고자 활동 중이다. 2019년 위원회 공식 밴드 개설을 시작으로 달성군 마을 라디오 채널 운영 환경 캠페인 등을 통해 제지공장의 소각로에서 나오는 공해가 주민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전 달성군 의원이자, 현 공해대책위원회의 위원장 직을 맡고 있는 엄윤탁 씨(이하 엄 위원장)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9년 공해대책위원회 토론회에서 연설중인 엄 위원장 < 사진 = 대구달성인터넷뉴스 캡쳐 >

 

홀로 맞서는 달성남부제지공장 공해대책위원회

Q. 지금까지 많은 분쟁이 있었다. 주요 사건을 정리하면?

엄 위원장: 2016년 경산제지가 새로운 폐기물 소각장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배연 저감장치 등의 환경 개선 노력을 최대한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연기 문제 외에도 쌓인 폐지의 관리 문제도 있다. 특히 비가 오고 홍수가 나면 폐지에 묻었던 물인 침출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폐기물 배출 자동 감시 시스템(TMS)를 조작해서 적발된 경우도 있다.

아진피앤피의 경우 2012년도에 폐기물처리업에서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2019년에 폐기물 소각시설 중 1호기의 노후화를 이유로 이를 폐쇄한 후 새로운 고형연료 폐기물 소각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허가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달성군이 이를 기각하였고 결국 행정심판으로 가서 달성군이 승소했다. 22 4월에 다시 건설 허가를 신청했으나 달성군 민원조정위원회에서 11 0으로 부결되었고 공장 측은 신청을 취하하였다. 공장 측은 소각로 용량을 바꾸어 신청과 취하를 반복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제지사들이 전략적으로 법을 피하고자 보였던 사례를 나열하면서, 반복된 이기적인 행보에 신뢰를 잃은 모습이 눈에 띈다.

 

Q. 현재 가장 큰 문제라 생각되는 부분은?

엄 위원장: 폐기물이 완전히 소각되지 않아 소각재가 많이 나온다. 이를 처리하지 않고 방치하여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받고 있다. 냄새가 심해서 공장을 이전시켜야 하는데, 테크노폴리스가 생길 당시에도 공단을 이전시키기 위한 예산이 부족했고 지금 정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솔 페이퍼가 있는 담양군의 경우 주민들이 증설을 반대하고 공장 이전을 강하게 주장하여 15년 이후(소각로 평균 15~20년 정도 사용)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달성군도 10~15년 정도 기간을 정해서 이후의 폐기물 소각로는 처분하도록 해야 한다.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CCTV를 상시 돌려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부사항은 기업 비밀이기에 공개하지 않는다. 환경법이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법적으로 1년에 두 번 다이옥신을 측정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측정 업체를 제지 공장에서 지정하다 보니 맹점이 생긴다. 정부 기관에서 무작위로 측정을 하는 쪽으로 개정을 해야지 제지 공장들이 기준을 잘 지킬 것이다. 추가적으로 폐기물 종류를 민간단체와 환경단체에서 감시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폐기물 용량이 100톤이 넘으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주민들의 피해 역학조사와 같은 자세한 조사를 필요로 하는데 이런 환경 문제의 경우 수년간 접촉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기에 밝혀내기 쉽지 않다.

 

SRF와 그 소각재는 악취만으로도 문제이지만, 소각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이옥신 등은 발암성도 있는 소재이다. SRF가 무엇인지, 소각했을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 톨루엔 ▲PAH ▲부틸 알데하이드가 왜 문제인지 아래에서 설명한다.

 

사각지대 속 산업폐기물, SRF(고형연료제품)

현풍에 있는 제지공장은 인근 지역의 산업폐기물을 가져와 태움으로써 종이를 제조한다. 폐기물 중에서도 ‘Solid Refuse Fuel(이하 SRF)’, 우리말로 고형연료제품을 사용하는데, 법에서 정한 품질 기준에 따라 가연성폐기물을 적합하게 재활용한 제품이다.

SRF에는 성형 SRF와 비성형 SRF가 있는데, 성형 SRF는 파쇄, 건조와 같은성형과정을 거친 SRF이고 비성형 SRF성형과정을 거치지 않은 SRF이다. 비성형 SRF에서는 품질 문제가 자주 나타난다. 습기나 주변 환경에 의해 SRF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환경부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생활폐기물이 아닌 산업폐기물은 지자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지역주민이 관리 감독하지 못하며, 명목상 지자체의 관리 감독을 받지만 폐기물 고형연료로 제품화한 이후로는 법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 주민들의 제지공장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자체적으로 AIR KOREA 복합악취측정기 TMS와 같은 대기 환경 측정기를 설치하였다. 하지만 다이옥신, PAH을 포함한 예상 위험 물질은 검출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법을 피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하는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 현풍 제지공장에서 석면 등의 유해 물질이 발견되거나 야적된 폐지가 비에 노출되어 침출수가 누출된 적이 있는데, 나주에서도 SRF 시설 시험 가동 후 방치된 SRF 더미에서 검음 침출수가 유출되어 주민들이 피부 발진을 겪는 등 제지공장으로 인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제지공장으로 인한 피해는 현풍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으로, 전국 17개의 지역협의체가 소각/SRF 시설과 대립 중이다.

 

소각 중 배출되는 독성 가스

제지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을 표로 정리하였다. 대표적인 유해물질로 다이옥신 톨루엔 ▲PAH ▲부틸 알데하이드가 있으며, 각 물질의 유해성과 규정 기준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유해성 및 규정 기준 현황 표 < 그래픽 = 심수안 기자 >

제지를 만들 때 필수적인 것이 증기인데, 증기는 폐기물 소각을 통한 열을 이용하여 얻는다.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엔진 소음 악취 폐기물 수화물로 인한 오염물 발생 등의 문제도 일으킨다.

 

공해대책위원회 엄 위원장은많은 주민이 모여 사는 이곳에 폐기물 처리장이 세 곳이나 있다. 3개의 공장 가동 규모를 합하면 하루 약 260톤에 달하는데 피해는 주민들이 받고 있다. 고용 창출 등의 경제적 이득보다 먼저인 것은 사람들의 건강 아니겠냐.’며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현재는 환경 운동의 동력이 많이 떨어졌다. 주민들도 싸움에 지친 듯하다. 예전처럼 많이 모이지 않는다. 아직 제지공장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힘써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2019년 아진피앤피 행정소송 당시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사유 중, “시설 반경 1km 내의 학생 및 주민들의 건강과 교육 및 주거 환경, 동식물의 생육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위 거리를 넘어 훨씬 넓은 지역의 대기에 퍼져 나가 그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 등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문단이 있다. 사건의 증인으로 참여한 A교수는유해 환경물질에 대한 주민들의 건강영향 평가 시 일반적으로 오염원 반경 1~5km 이내는 영향권으로 간주하고 10km 이외 지역을 비교군으로 간주해서 건강 영향을 비교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B교수도 대기오염물질은 오염원으로부터 5km를 영향범위로 본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결국 DGIST도 제지공장의 영향권이다.

주거인들을 대신하여 누구는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대립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인의 힘은 작지만 앞장서서 맞서는 누군가에게 한 줌의 관심은 큰 힘이 된다. 귀 기울이고 궁금해하는 것 만으로도 사회는 변한다. 당사자인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때이다.

 

 

손혜림 기자 hr2516s@dgist.ac.kr

이서연 기자 bluecu1216@dgist.ac.kr

서휘 기자 tjgnl81@dgist.ac.kr

이승희 기자 seung_hui@dgist.ac.kr

심수안 기자 suan.sim@dgist.ac.kr

김오민 기자 omin.kim@dgist.ac.kr

박나영 기자 nytraxk@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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