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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에게는 예능, 참가자들에게는 꿈…<프로듀스 101>의 잔인성

문화

2017. 5. 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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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하는 프로듀스 101 시즌2는 요즘의 가장 뜨거운 이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듀스 101 관련 공식 영상이 올라오는 네이버 캐스트에서는 이미 프로듀스 101 관련 영상이 실시간 순위를 점령하고 있고, 수도권의 주요 지하철역은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들의 광고로 빼곡하다. 방송을 시작한 이후 이 프로그램은 TV 화제성 부문 및 콘텐츠 영향력 평가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는 마냥 편하게 보기에는 어딘가불편한부분이 존재한다. 이 불편함은 어디에서 등장한 것일까?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꿈꿀 수 있는 무대니까.” 한 연습생이 방송 중에 남긴 말이다. “나는 해야 해. 난 안 되면 끝장이거든.” 어떤 연습생은 다른 연습생들에게 이렇게 한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연습생들의 간절함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연습생들에게 프로듀스 101이다. 하지만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다큐멘터리가 아닌예능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PD의 주관으로 만들어진 스토리를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연습생들은 희생되었다.

개별의 에피소드에서 카메라의 포커스는 한 사람에게 맞춰진다. 대표적으로 김용국(춘 소속) 연습생을 예로 들 수 있다. 김용국 연습생은 1화부터 5화까지 원샷 및 인터뷰를 포함한 어떠한 분량도 받지 못했고, 방송을 통해서만 연습생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김용국 연습생을 알 방법이 없었다. 5 7일 진행된 포지션평가에서 김용국 연습생은 1등을 차지하였고, 이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PD 6화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김용국 연습생의 지난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 결과 6주차 35등에서 7주차 18등이라는 어마어마한 등수 상승을 기록하며 2차 순위발표식에서 안정적으로 생존했다.

하지만 이렇게 김용국 연습생에게 카메라의 포커스를 집중한 결과 같은 조의 다른 팀원인 메인보컬 김성리(C2K 소속) 연습생과 리더 주진우(MMO 소속) 연습생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6주차 순위에서 각각 51, 42등을 기록했던 이 연습생들은 2차 순위 발표식에서 각각 4계단, 1계단의 소폭 상승세를 보이는 데 그쳐 결국 방출되었다.

그나마 6화에서 무대를 선보여 일주일간 투표를 더 받을 수 있었던 연습생들의 사정은 다른 연습생들에게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7화에 방영된 리듬타 조는 6화 기준 43등 이광현(스타쉽 소속) 연습생, 48등 김태우(나르다 소속) 연습생, 50등 이유진(나무엑터스 소속) 연습생들로 구성된 하위권 팀으로 방송 후 힐링타, 물침대조 등의 별명을 얻었다. 매끄러운 팀워크와 따뜻한 분위기가 시청자들의 많은 호감을 자아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고 투표를 할 시간은 12시간도 채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2차 순위 발표식에서 전원 탈락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방송에 비치는 모습은 이토록 중요하다. 어떠한 시점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노출되는지에 따라 생존과 방출이 갈리게 된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편집 방향은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고 있다. 모든 에피소드를 협력과 화합이 아닌 갈등과 분열을 위주로 편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습생에게 악의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1차 경연과 2차 경연, 3차 경연까지 변하지 않는 편집 방향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하며 재미요소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사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 화면 캡쳐


이대휘(브랜뉴뮤직 소속) 연습생은 대표적인 악마의 편집 희생자이다. 이대휘 연습생은 첫 번째 무대인 나야나무대에서 센터를 차지하며 실력과 매력을 입증해 첫 화에서 3등이라는 높은 등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3화에서 순위가 낮고 실력이 낮은 연습생들을 향해 마지막에 뽑힌 이유가 있잖아요라는 발언을 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게 되었다. 해당 회차 방송이 끝난 이후 이대휘 연습생에 대한 인성 논란이 발생했고 이대휘 연습생은 급격한 순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후에 방송을 분석한 팬들에 의해 해당 발언이 다른 연습생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강다니엘, 권현빈, 김재환, 김종현, 옹성우, 황민현으로 구성된 어벤저스 조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한 이후 방송에서 이대휘 연습생은 이전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과 달리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욕심을 내면 부정적으로 편집을 당하게 된다는 패턴을 익힌 연습생들은 자신의 매력을 끊임없이 어필해도 부족한 시간에 스스로를 낮추며 저희 다 한 번만 살려주세요.” “미워하지만 말아 주세요.”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등의 발언을 하며 생존을 구걸하게 되었다.

권현빈(YG 케이플러스 소속) 연습생은 화장실에 가는 장면을 교묘하게 편집 당해 연습에 불성실하게 참여하는 연습생으로 낙인찍혔고, 이로 인해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 악플을 견디지 못한 권현빈 연습생은 결국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또한, 호원대학교 실용음악학과 16학번 동기로 방송 출연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김재환(개인), 정세운(스타쉽 소속) 연습생 사이에 지나친 경쟁 관계를 유도하거나, 추구하는 음악 장르가 달라 발생한 의견 차이를 과장해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플레디스 소속 강동호 연습생, 정세운 연습생). 이 밖에도 많은 연습생이 악마의 편집을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기게 되었고, 일부 연습생들은 그마저의 분량도 없는 상황으로 시청자에게 자신을 PR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습생들이 들이는 시간에 비해 방송에 나타나는 모습은 매우 한정적이고 편파적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연습생들을 평가할 수 있는 매체는 방송과 일부 영상 클립을 제외하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팬들은 편집 방향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스쳐 보내는 장면이나 과거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연습생의 모습을 확인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사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 화면 캡쳐

25일 방송된 2차 순위발표식 후 총 35명의 연습생만이 남았다. 엠넷은 지금이라도 연습생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연습생 모두에게 카메라를 맞춰야 한다. 그럴 역량이 되지 못한다면 다양한 비하인드 영상을 제공해 방송에서 주목받지 못한 연습생의 모습을 국민 프로듀서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생방송 전까지 남은 평가는 단 한 번이고, 데뷔조 선발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 필요한 것은 각 연습생 간의 갈등이 아니라 연습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는 모습이다. 시청자들도, 참가자들도 불쾌하기만 한 방송은 개선되어야 한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필자는 2차 순위발표식에서 탈락한 23명의 연습생 중 총 12명의 연습생을 응원하고 투표했다. 그 누구보다 힘들 사람은 연습생 본인이겠지만,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카메라에 비치지 못해 도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응원하는 사람은 진이 빠지게 된다. 살아남은 35명의 연습생도, 응원하지 않았던 11명의 연습생도, 1차 순위발표식에서 떨어진 38명의 연습생도, 아파서 하차한 3명의 연습생까지 모두의 도전은 응원받을 가치가 있다. 방송에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도전은 우리의 모습과도 닮았다. 경쟁사회의 틀에 갇혀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자책하기도 한다. 학점으로 평가받고, 누군가는 낙오하며 그에 따라 꿈꾸는 미래도 달라진다. 즉 아직 사회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 우리도 이 사회의 연습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연습생들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2차 방출된 여환웅 연습생의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블로그에 남긴 글을 전하며 기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등수가 너의 실력을 말해주는 게 아니란다.”

 

오서주 기자 sjice@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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