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첫 졸업을 위한 마지막 학기: 돈보다는 가치를 위해, 김승년 학생(‘14)

DGIST 사람들

2017. 12. 30. 20:29

본문

 “1년에 천만원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뜸 주어진 질문은 당황스러웠다. 1년에 천만 원부터 차곡차곡 늘어난 금액은 10억이 되었고, 똑같은 질문이 주어졌다.

 “1년에 10억을 벌려면요?”

기자는 고심 끝에 조심스런 답을 내놓았다. “기술기반 창업 아닐까요?”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 그는 이렇게 말한다. “창업이란 건 본인이 만들어낸 가치를 남에게 판매하는 겁니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저에겐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내가 만든 창업 아이템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 그게 저에게 창업이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창업을 위해 뭘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왜 창업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는 김승년 학생(’14). 졸업을 앞둔 그는 졸업 후 시작할 창업을 준비 중이다.


◇ 연습도 실전처럼, ‘기술벤처 모임’

텅 빈 생활관 미팅룸. 보통은 회의나 그룹 스터디를 위한 공간이지만, 이 날은 좀 다르다. 노트북과 헤드폰을 챙겨서 미팅룸으로 들어선 김승년 학생은 화상회의를 준비 중이다. “임진우 교수님께서 이번 학기에 기술벤처 강의가 무산된 대신에 창업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모아 실제 창업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회의는 지난 시간까지 준비한 창업 아이템을 소개하고, 질문과 피드백을 받는 시간입니다.” 화상회의 임에도 실제 회의 못지않은 긴장감이 흐른다. 기자와 가벼운 얘기를 나누다 시간이 되자, 진지한 표정으로 화상회의에 참여한다.

“저와 이혁진 학생은 일상생활에 이용이 많은 이동수단인 자전거에 대한 창업 아이템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좋은 자전거 액세서리가 많이 있기 때문에 저희도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이것의 유통시장을 개선하는 창업 아이템을 고안해보았습니다.” 

발표 후에 듣는 교수님의 피드백에 마냥 밝은 표정을 짓지는 못함에도 그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꼼꼼히 기록해 둔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 지적받은 점들이 중요한 내용이라 좀 마음이 아프긴 합니다. 그래도 다음에 하는 발표는 이것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냉정히 볼 줄 아는 그의 눈은, 그가 창업에 오랜 시간 준비를 해온 것이 느껴졌다.

김승년 학생(’14)이 기술벤처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 배현주 기자>


◇ 목표는 멀지만, 그 과정은 구체적으로

김승년 학생은 어렸을 적부터 돈을 버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한다. 그의 아버지께서 선물해 주셨던 책인 ‘부자 아빠의 투자 가이드’라는 책이 그 계기였다.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은 만화책이었는데 정말 스무 번도 넘게 읽었습니다. 돈을 버는 방법의 기본에 관한 책이었는데 지금은 책의 내용이 모두 저에게 체득된 것 같아요.” 성인이 된 후에 다시 책을 읽으면서 창업에 대한 배경지식을 다시 체계화했다고 한다. “회사원이 되고, 연구원이 되어서 돈을 버는 건 아쉬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에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은 사업체를 만들어서 주식을 팝니다. 저 또한 창업해서 주식을 팔 수 있을 만큼 오랜 시간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가 창업에 대한 꿈을 확실히 정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라고 한다. 대학생이 된 만큼 어렸을 때 꿈꾸던 것보다 더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회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사서 공부를 했고, 올해 전산회계1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회계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을 실전에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회사의 재무제표가 업로드 되어있는 전자공시사이트인 DART를 통해서 기업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2학년 여름방학 동안 50여 기업의 분석을 마쳤고, 정보는 개인 블로그에 업로드했다. 기업에 대한 투자가치를 분석한 내용을 통해 본인의 주식투자에도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3학년 때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집중했다.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UGRP)의 빌게이츠 코스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실제로 창업을 해서 기업을 운영 중이신 임진우 교수님과 2년 동안 함께하면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치를 어떻게 만드는지,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를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UGRP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기술벤처 모임을 통해 창업에 대한 실무적인 감각을 익히고 있다. 최근에는 마케팅에 도움이 될 디자인 관련 공부를 독학하는 중이다. 


◇ DGIST에서의 창업, 그를 응원한다!

DGIST는 과학기술원이다. 졸업생들에게 네 가지 트랙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교육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 과학기술 리더를 양성하고자 하는 DGIST의 계획이다. 실제로 창업을 준비하는 김승년 학생의 얘기를 들어보면, 학생들이 창업을 준비할 때는 신중한 선택을 내리기를 추천한다. “DGIST에서 창업 준비를 하는 것은 나름의 장단이 있습니다. 제가 창업을 마음먹은 후로는 공통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 공부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 관련 행사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대학원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창업 아이디어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기술기반 창업을 하기에는 경영학과보다 DGIST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창업 코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공부가 하기 싫다고 쉽게 창업을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경고였다. 창업은 학생 스스로가 가져야 할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몇 달 후면 정말 졸업이 코 앞이다. 그는 졸업 후의 창업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 두고 있다. “졸업을 하면, 군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제가 4급 판정을 받아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를 2년 좀 넘는 시간동안 복무를 할 계획입니다. 산업기능요원은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최저시급을 받을 수 있어서 2년 동안 모은 돈을 창업자금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기자가 본 그는 처음 내딛는 사회 앞에서 별로 긴장하지 않는 듯 했다. 그만큼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를 거쳤다는 반증일 것이다. DGIST 내에서 소수의 학생들이 선택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그의 선택이 더 빛나 보인다. 그가 성공적으로 그의 창업 인생을 펼칠 수 있기를 응원한다. 


배현주 기자 bhjoo55@dgist.ac.kr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