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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의 파격 예산 삭감, 과학계는 왜 분노하는가

오피니언

2023. 11. 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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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9, 국내 과학계를 혼란에 빠뜨린 한 발표가 이뤄진다. 정부 R&D 예산의 16.7% 파격 감소다. 삭감 이유도, 내용도 정확히 밝히지 않은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과학계 전반에서 쓴소리가 이어졌으며 대학생들 역시 공동행동을 구성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총학생회 공동포럼에서 대담회와 토론회가 이뤄졌다. 본 기자도 R&D 공동행동 위원이자 대담회 패널 참석자로서, 또 과학을 연구하고픈 한 학생으로 의견을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말하지 못한 뒷얘기를 푼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어 왔지만 한국의 기초과학이 약하다는 평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은 왜 기초과학 연구에서 뒤처졌는가? 한국이 그간 기술 중심인추격방식의 전략을 택해왔기 때문이다. 과학 황무지였던 박정희 정부 시절 타국의 연구 환경을 한국으로 들여오려고 노력했고 그 산물로 ▲KIST ▲KAIST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세워졌다. 이는 단기간 한국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 시기까지 한국 정부가 택한 전략은 중요한 국소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방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제 모방형 과학 기술에는 한계가 있으며 한국만의 과학 발전 궤적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방향으로탈추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계는 여야갈등이 심한 편으로, 과학이 정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정출연 과제의 중점 투자 분야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는 기술 개발, 김영삼 정부는 기초 개발, 김대중 대통령은 IT,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우 녹색경제 및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는 기초과학을 핵심 사업으로 개발했다. 현 정부의 경우 AI, 첨단바이오, 양자를 제시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정부 투자 분야에 따라 당해 투자금이 너무 쉽게 바뀌기 때문에 불안정하여, 실험적 투자가 어렵다.

따라서 정권에 따라 선택되고 집중되는 영역이 바뀌는 것은 실험과 학습이 필요한 탈추격 전략하에서 매우 무효하다. 범과학 차원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시스템적 관점은 계속 강조되었으나 정책 내용의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로 지금까지 논의에서 배제되어 왔다. 이러한 한국의 상항을, 과학기술의 혁신 주체들은 인지하고 바뀌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 연구의 다양성과 교류를 늘리기 위한 방향으로 지난 10년간 점차 발전해 왔다.

 

시스템적 관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연구실에서도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초과학의 대명사인 노벨상으로 쉽게 엿볼 수 있다. 먼저 코로나 mRNA 백신과 같이 극히 드문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노벨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연구를 20년 이상 진행했다. 23년 노벨상의 경우를 보아도, 아토초 파장 발생을 고안한 아고스티니 교수는 1979년부터 연구를 진행하여 올해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양자점 기술의 개발로 QLED 기술을 이끈 공로로 화학상을 받은 예키모브 교수 또한 1980년부터 연구를 진행했다. 99%의 논문이 작성까지 수년, 검증까지 수년, 그 가치를 인정받기까지는 수십 년이 소요된다. 연구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과학 연구의 경중을 평가하기는 정말 어렵다. 2008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시모무라 교수는 형광을 내는 갯반디(갑각류)를 연구하던 중, 추출물을 실험실 개수대에 버리다가 우연히 GFP(녹색형광단백질)를 발견한다. 그 누가 이 작은 절지동물로부터 생명과학에서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단백질 중 하나가 발견될 것이라 예상했을까. GFP는 하나의 예시이며 이런 뜬금없는 발견으로 기초과학은 발전한다. 그렇기에 집중투자보다 작은 연구실에 작은 과제라도 쥐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계가 이례적으로 분노하는 이유를 위 상황에서 엿볼 수 있다. 지금의 R&D 식감 정책은 기초과학의 두 조건, 다양성과 장기투자 모두를 꺾는 방향이다. 도전을 위해 활발히 투자가 필요한 과제의 수와 액, 다양성이 역행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 과학계에서 제기되었던 주장을, 이제 막 변화하기 시작한 과학 연구 환경을 다시 정치적 요소로 끌어들여 온 것이다. 이런 주장이 제기되는 동시에 23조 긴축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어느 부분이 비효율적 투자였는지, 카르텔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니 과학계는 불통이라 느낄 수밖에 없다.

IMD 기준 23년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은 28, 그중 과학 인프라 분야가 2위로 과학기술이 국가 전반을 선도하고 있다. 정부 창업 과제에서도 기술창업특허와 인력을 중점으로 평가하며, 사기업에서도 생존을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 경제 계획은 무엇인가. 미국의 바로 뒤를 쫓던 과학 선진국은 방향을 잃은 듯하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현장과 소통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서휘 기자 tjgnl81@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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